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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검정강화…“편향성 해결” vs “제2의 국정용 포석”

역사교과서 검정강화…“편향성 해결” vs “제2의 국정용 포석”

입력 2017-01-09 14:26
업데이트 2017-01-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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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9일 발표한 중·고교 역사교과서 검정심사 강화 방침에 교육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새해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의 핵심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을 앞두고 새로 개발될 검정교과서의 심사 절차를 한층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면 적용하는 대신 내년부터 학교 선택에 따라 국정과 검정 가운데 선택해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에 따라 당장 올해 새로 개발될 검정교과서를 더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심사하겠다는 얘기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그동안 검정절차가 치밀하지 못해 교과서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며 “검정절차를 강화하고 국정교과서처럼 한 달간 웹에 공개해 국민 의견을 받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검정 강화’가 교육·역사학계에서 ‘검정을 가장한 국정’이라는 포석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실제 교육부는 2014년 1월에도 ‘편수기능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가 야당, 시민단체 등 거센 반발에 직면했었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과서 편수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에서 제기된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 논의와 맞물려 ‘국정교과서 체제로의 복귀 수순’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당시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의 학교 채택률이 0%대에 그치니 정부가 대안으로 들고 나왔던 게 편수기능 강화안이었다”며 “심사기준을 강화해 무늬만 검정으로 씌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정교과서는 검정공고 후 교과서 집필, 검정 심사, 교과서 전시, 각 학교의 교과서 선정 및 주문, 학교 배포 등 과정을 거쳐 개발되고 있다.

출판사들이 대표저자를 섭외해 교과서를 집필한 뒤 검정 심사에 응하면, 교육부 위탁을 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과용도서 검정심의회를 교과별로 구성해 심사한 뒤 합격, 불합격 여부를 가리게 된다.

검정심의회는 규정상 교원, 교과전문가, 행정기관 및 교육 연구기관 근무자 등 5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검정 심사를 강화한다는 것은 검정심의회에서 합격 판정을 받는 교과서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총 9종의 교과서가 심사를 받아 거의 대부분인 8종이 합격했다.

보수진영은 현행 한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한 이유가 이처럼 ‘느슨한’ 검정 기준 때문이라고도 주장해왔다.

교육부 관계자도 “그동안 ‘교육부가 검정에서 합격시켜놓고 좌편향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지 않았냐”면서 검정강화 방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검정강화 방침도 결국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전면 적용을 철회하는 대안으로 나온 방안이라는 점에서 ‘우회적인 국정화’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검정교과서 개발을 위한 집필기준 역시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적용해 만들겠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건국 시점 관련 기술 역시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대일고 교사이자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미래엔) 집필자인 조왕호 교사는 “정부가 원하는대로 쓰지 않으면 합격시키지 않겠다는 엄포”라며 “이런 기준이라면 현행 저자들 중에서는 쓰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산고 김육훈 교사는 “교과서 좌편향 논란을 계기로 이미 현재의 검정기준 자체도 한층 강화된 상태”라며 “이걸 또다시 강화하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국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국정교과서 편찬기준도 아직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며 “검정 집필기준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근본적으로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자체를 다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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