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던 땅에 산 채로 묻었는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키우던 땅에 산 채로 묻었는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입력 2016-11-24 16:04
수정 2016-11-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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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양계 농가 “재산ㆍ정신피해 막심”…살처분 공간도 부족

“자기가 (닭을)키우던 땅에 수만 마리를 묻었는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24일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일대. 산과 저수지로 둘러싸인 이 마을의 분위기는 평화롭던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방역 초소가 설치돼 전신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이 오가는 차량을 빠짐없이 소독했고, 평소 닭 사료를 운반하던 차만 간혹 드나들던 좁은 동네 길목에는 소독제를 뿌리는 가축질병방역 차가 대신 자리를 잡았다.

차분함 속에서도 긴박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묻어나오고 있었다. 부근 한 산란계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인근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은 평소처럼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우려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AI가 발생한 양계장에서 약 1km 거리에 있는 산란계 농장에서 일하는 조모(42)씨는 “AI가 발생하면 아무리 정부 보상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보상액 자체가 많지도 않고, 한번 발병한 곳에서는 AI 전염 상황이 완전히 끝난 후에도 병아리가 제대로 크는지 관찰을 거쳐 양계장을 다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 피해까지 합치면 쉽게 재기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농장에서 일하는 박모(55)씨는 “내가 닭을 키우던 땅에 수만마리를 산 채로 묻는데 마음이 편하겠느냐”며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관계 공무원들 역시 괴롭다고 한다”면서 심리적인 피해도 호소했다.

포천시는 지난 23일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농가의 전체 닭 24만마리 중 2천500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이날 2만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할 계획이다.

농장 내부에 살처분할 공간이 부족해 시는 살처분 작업과 동시에 공간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발병 직후부터 농장 내에는 총 25명이 격리 조치됐고 방역 관계자 외 다른 외부인의 접근은 차단됐다. 농장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로,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3일 이내에 전량 살처분 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살처분 공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야간에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배 대한양계협회 포천채란지부장은 “이번 AI는 대부분 커다란 호수나 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 인근 양계장에서 발병했다는 점만 봐도 철새가 원인이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농가에서 방역을 게을리해 병이 돌았다면 당연히 피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사실상 농민들은 아무 죄없이 당하는 것”이라며 “날아오는 철새는 어쩔 수 없다며 안이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농민도 피해를 보고 나라 세금도 매년 낭비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마련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전국 각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됨에 따라 가축방역심의회 서면 심의를 통해 위기경보 단계를 현행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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