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탓 지구대 근무 기피 만연…상습 주취자에 과태료 부과해야”

“취객 탓 지구대 근무 기피 만연…상습 주취자에 과태료 부과해야”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6-11-21 22:14
수정 2016-11-2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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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주취자 보호조치 개선’ 간담회

“취객이 지구대에 와도 보낼 곳이 없습니다. 지자체도, 병원도 모두 인계를 거부하는데 지구대에 둘 수도 없고 시간만 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상습 주취자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처럼 과태료를 부과해야 합니다. 상습 주취자 처리에 낭비되는 행정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주취자 문제에 대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주취자 보호조치 업무 개선을 위한 현장간담회’에 모인 서울·경기 현장 경찰 80여명은 주취자 보호에 의료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만취한 정신질환자, 노숙자를 보호할 곳이 없다”며 “초동 조치 후에 인계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취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2년 7월부터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의료기관에서 거부할 수 있어 사실상 단순 주취자는 보호할 곳이 없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는 의료기관에 경찰이 상주하면서 의료진과 합동으로 주취자를 보호하거나 치료하는 시설이다. 주취자들이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면서 과거 경찰서에 있던 주취자 안정실과 다를 것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서울청에서는 서울시와 협의해 경증환자인 주취자를 보호할 수 있는 주취해독센터를 다음달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며 “주취자 안정실에서 술이 깬 뒤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센터는 예산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남부청 소속 한 경찰은 “현장 경찰의 업무를 덜어 주기 위해 응급의료센터에서 단순 주취자까지 받고 있지만 몰려드는 노숙자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인천청 관계자도 “술이 깬 노숙자를 돌려보내도 다시 술에 취해 응급의료센터로 오곤 한다”며 “응급의료센터에 상담사가 상주하면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대에서 16년 동안 근무했다는 한 경찰은 “경찰이 단순 주취자인지 만취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본청에서 마련해 달라”며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이 됐는데 지구대·파출소는 주취자 처리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이 경찰은 “매일 밤 주취자에게 시달려 현장은 황폐화되고 지구대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며 “주취자 처리와 관련한 예산도 필요하지만 상습 주취자에 대해 행정처분할 수 있는 방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찰의 발언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경찰청은 앞서 영남, 중부, 호남 등 권역별로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모아 현장활력 태스크포스(TF)에서 주취자 보호 방안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인상 경찰청 생활질서과장은 “수십년 전부터 주취자 문제는 현장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이었다”며 “주취자 보호 매뉴얼을 만드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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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11-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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