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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청부살인’ 유족, 1만명 서명받아 내주 국민감사청구

‘여대생 청부살인’ 유족, 1만명 서명받아 내주 국민감사청구

입력 2016-04-01 15:38
업데이트 2016-04-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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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윤씨, 외부 의료시설 치료·형 집행정지·교도소 이감 등 대상1인 시위

“강력범죄 피해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억울합니다. 하물며 가해자가 제대로 벌을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군들 가만히 있겠습니까?”

14년 전 경기도 하남에서 발생한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피해자 하지혜(당시 22세)씨의 오빠 진영씨는 직접 거리에 나서 1인 시위와 국민감사청구 서명운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딸을 억울하게 보낸 탓에 10년 넘게 고통 속에 살던 어머니가 지난 2월 한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고 나서 진영씨가 접한 소식은 가해자가 ‘모범수 교도소’라 불리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이감돼 있다는 것이었다.

법조인 사위와 하지혜씨와의 불륜을 의심, 친조카를 시켜 하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피고인 윤길자(71·여)씨는 영남제분 류모(69) 회장의 부인이었다.

울분을 참지 못한 그는 어머니 장례를 치른 지난 2월 말부터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화성직업훈련교도소와 서울고법, 부산 옛 영남제분 본사 등을 돌며 1인 시위를 이어왔다.

그는 국가에 두 번이나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을 대신해 단죄해주겠지”라고 믿었던 국가가 윤씨에게 ‘형 집행정지’라는 특혜를 준 데 이어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한 재소자들이 사회 복귀를 앞두고 간다는 최고급 교도소로 윤씨를 옮겨줬다.

진영씨는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길자가 내 동생을 한번 죽였다면 국가가 두 번, 세 번 죽인 것”이라며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 간 신촌 세브란스 병원 특실 등에서 호화생활을 이어온 윤씨가 어떻게 ‘사회 복귀를 앞둔 재소자들에게 직업 교육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최고급 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수 있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윤씨가 어떻게 모범수들이 가는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었는지, 도대체 어떤 기준에 따라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것”이라며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이런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갔을 거란 생각에 더욱 분노가 치민다”고 전했다.

진영씨는 그동안 1만여 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다음 주 국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감사 청구는 윤씨의 형집행을 정지하고, 수감 교도소를 변경한 것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 법무부·검찰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진영씨가 작성한 감사청구서에는 “윤씨가 형집행 기간에 자비로 외부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은 과정에 담당 공무원들의 불공정·부당함·근태위반(성실 및 청령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형집행정지 및 그 연장 결정의 과정은 어떠했는지,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수감된 경위와 절차, 그 결정사항 의결 과정 등에서 관련 공무원들의 법령위반 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감사 개시를 결정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진영씨는 “최근에는 어머니 49재를 준비하느라 1인 시위를 하지 못했지만 49재가 끝나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누구도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라도 제대로 이뤄진다면 피해자들은 조금이나마 덜 억울할 것이다”고 말했다.

진영씨 모친의 49재는 2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2002년 명문대 법대생이던 하지혜씨는 실종된 지 열흘 만인 3월 16일 하남시 검단산에서 공기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씨는 법조인 사위와 하씨와의 불륜을 의심, 친조카를 시켜 하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유방암 등을 이유로 2007년 형집행이 정지된 후 2013년까지 민간병원 호화병실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4년 10월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허위진단서를 발부해 윤씨가 형 집행정지를 받도록 도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세브란스병원 주치의 박모(55) 교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허위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1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이 내려졌고, 이 때문에 1만 달러를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씨의 남편 류 회장도 이 사건과 관련 없는 횡령과 배임 혐의만 적용돼 징역 2년이던 원심 선고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해당 사건은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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