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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서초동 세모녀 살해’…바뀌지 않는 법·제도

제2의 ‘서초동 세모녀 살해’…바뀌지 않는 법·제도

입력 2016-01-21 14:50
업데이트 2016-01-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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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소유물’ 인식도 여전…“애들이 무슨 죄” 시민 분노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식 투자에 실패하고 우울증을 앓던 40대 가장이 아내(44)와 중학생 큰딸(14), 초등학생 작은 딸(8)을 살해했다.

21일 경기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던 40대 가장이 아내와 아들, 딸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투신해 숨진 사건은 이른바 ‘서초동 세모녀 사건’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가장인 A(48)씨는 아내(42)와 고등학생 아들(18), 초등학생 딸(11)을 살해하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년 만에 반복된 비극이지만 자녀 살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온 법과 제도, 자녀관 등의 문제는 그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 잇따르는 자녀 살해·학대…연평균 30여건

자녀 살해 사건은 연평균 30여건씩 발생한다. 서초동 세 모녀 살해 사건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경남 거제에서는 30대 남성이 생활고와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아내와 어린 자식 3명을 살해하고 자살했다.

한 달 뒤에는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자식을 살해하려 한 30대 여성과, 사채를 감당하기 어려워 7살 딸을 살해하고 자살하려 한 30대 여성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생활고로 두 자녀를 죽인 30대 여성이 2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6월에는 30대 여성이 어린이집에서 자신을 따라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30개월 친딸을 폭행해 살해했다.

7월 충북 청주에서는 우울증을 앓던 30대 여성이 부부싸움 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6살 아들을 목 졸라 살해했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11살 딸을 2년 동안 집에 가두고 굶기는 등 학대한 아버지(32)가 구속됐다. 지난 15일에는 냉동 상태로 훼손된 초등학생 시신이 발견돼 30대 부모가 경찰의 구속 조사를 받고 있다.

◇ 솜방망이 처벌·사회안전망 미비·가부장적 자녀관 ‘여전’

비극이 반복될 때마다 법과 제도 등 사회적 요인이 문제로 지적되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 형법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 부모를 살해한 행위(존속살인)에 대해 일반적인 살인의 형량(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높은 형량(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을 적용한다.

반면 자식을 살해한 행위(비속살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 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 살인 조항이 적용돼 처벌된다. 영아를 살해했을 때는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으로 오히려 다른 살인보다 형량이 가볍다.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인 아동학대의 경우도 비슷하다. 법무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범은 2010년 118명에서 2014년 1천49명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최근 5년간 기소된 아동학대 사범은 4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경제난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이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녀 살해는 대부분 생활고나 우울증에서 비롯되는데 주민센터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지망 혹은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도록 이러한 가정에 개입할 여지를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자신이 없으면 자녀들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녀를 가장의 소유물 내지는 부속물로 여기는 가부장적 자녀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왜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까지…” 시민 분노

시민들은 연이은 자녀 살해·학대 사건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모(33·여)씨는 “어린 딸을 기르는 엄마로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모든 범죄가 그렇지만 어른들의 문제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끔찍한 일을 당하는 이런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34)씨는 “우울증에 걸리면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우울증 환자에 대한 정기적 혹은 추적 진단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누리꾼 nypd****는 “부모 때문에 죽은 애들이 도대체 몇 명인가. 왜 자신의 선택을 애들한테 강요하나”라는 기사 댓글을 달았고 suaa****는 “애들이 무슨 죄라고… 애들만 불쌍하다”라고 적었다.

일부 누리꾼은 “정신병은 본인은 물론이지만 주변 가족을 비참하게 만드는 병”이라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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