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협의 왜 안했냐” 위안부 피해자들 외교차관에 항의

“사전협의 왜 안했냐” 위안부 피해자들 외교차관에 항의

입력 2015-12-29 15:35
수정 2015-12-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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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외교1차관 정대협 쉼터 방문 “시간 더 가기 전에 결말지어야죠” 할머니들 “차관이 소녀상 이전 ‘말 안된다’해…도쿄에도 소녀상 세울 것”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내용을 설명하러 찾아온 정부 당국자에게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29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를 찾아 김복동(89)·이용수(88)·길원옥(87) 할머니를 1시간가량 만나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두 할머니와 함께 쉼터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다가 차관이 들어서자 벌떡 일어서서 “당신 어느 나라 소속이냐, 일본이랑 이런 협상을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호통부터 쳤다.

임 차관은 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그래서 제가 뒤늦게라도 왔다”며 진정을 시킨 뒤에야 비로소 거실 바닥 할머니들의 발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 할머니는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협상하기 전에 우리 의사를 들어봐야 하는데 정부가 한마디도 없었다”며 “아베 총리가 기자 앞에서 ‘법적으로 잘못했다’고 정식 사죄한 것도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소녀상 이전이 논의된 것 자체도 항의했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은 시민들이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세운 것”이라며 “우리나라나 일본 정부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며, 후세가 자라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있었구나’ 하고 보고 배울 역사의 표시”라고 말했다.

경청하던 임 차관은 “여러 가지로 할머니가 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임 차관은 “정부의 가장 큰 원칙은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회복이었다”며 “가장 큰 세 가지는 일본 정부의 책임통감,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언급,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협상이 이런 알맹이 세 개를 가진 모자라고 한다면, 이 모자가 할머니들의 스타일에 맞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모자 밑의 알맹이는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할머니들이 더 돌아가시기 전에,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어떻게든 결말을 지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차분하게 대응하던 임 차관도 이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어 “사전에 왜 협의를 못 했느냐고 하시는데 제 마음으로야 당연히 협의를 하고 싶었지만 교섭이라는 것은 상대가 있고 사정이 있는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후 비공개로 할머니들과 대화한 임 차관은 오후 4시께 쉼터를 떠났다. 소녀상 이전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했다.

할머니들은 다시 취재진과 만나 “정부가 협상 타결 발표 전 의견을 한 번도 청취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임 차관이 이날 대화에서 소녀상 이전을 언급했느냐는 질문에 이 할머니는 “차관은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소녀상 이전은 안 된다는 우리 얘기를 듣고 차관이 ‘잘 알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을 미국 곳곳에 세우고 나중엔 동경(도쿄) 한복판에도 반드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일본이 진정한 사과와 법적인 배상을 할 때까지 수요집회를 이어나가는 등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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