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 지원 3000억 편성한 누리과정 ‘첩첩산중’

우회 지원 3000억 편성한 누리과정 ‘첩첩산중’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12-03 23:24
수정 2015-12-04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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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 명목

국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우회 지원을 위한 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했지만 별도의 여야 정치적 합의 없이 예비비의 명목이 지방교육청의 학교환경개선사업으로 잡혀 있어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 예산을 전용해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사용하더라도 전체 사업 비용 2조 1000억원의 7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땜질 처방’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일 국회에서 편성된 예비비는 지방교육청의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이다. 원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던 정부의 뜻이 유지된 셈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제도적으로 지방자치교부금을 통해 충당하도록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이미 교육청 예산에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가 편성돼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예비비로 학교환경개선사업을 하고 여유가 생긴 예산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돌려쓰라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소요 비용 1조 7000억원 가운데 국고에서 예비비 5046억원을 지원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는 국고지원금을 예비비로 편성하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여야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합의 없이 예산만 편성됐다. 3000억원이 교육부를 거쳐 17개 시·도 교육청에 분배되더라도 이 돈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으로 사용하면 법규를 위반하는 꼴이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비 3000억원은 찜통 교실, 노후 화장실 등 시급한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해 지원되는 것”이라며 “지난해와 달리 여야 합의도 없이 내려온 돈을 일선 교육청이 마음대로 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법령의 개정 혹은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알아서 예산을 전용하게 되면 감사원 등의 감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용 부분이 해결되도 1조 8000억원 정도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처럼 지방채 발행으로 상당 금액을 충당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다수 교육청에서는 누리과정 사업이 중앙정부의 사업인 만큼 전액 국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소요 비용 1조 7000억원 중 국고에서 지원된 예비비 5046억원을 제외한 1조원은 지방채, 2000억원 정도는 시·도에서 추가 지방세를 지원받아 해결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난해 19.8%이던 채무 비율이 올해 28.8%로 치솟는 등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지방채 발행은 어렵다는 것이 일선 교육청의 입장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 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므로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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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12-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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