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 좌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희망 없다”

“N포세대 좌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희망 없다”

최훈진 기자
입력 2015-09-21 00:02
수정 2015-09-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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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제너레이션 심리학’ 저자 구마시로 도루 본지 인터뷰

“극심한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이른바 ‘N포세대’는 일본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과 비슷합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한국에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구마시로 도루
구마시로 도루


일본이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1990년대 사회에 나와 좌절한 세대의 심리를 다룬 ‘로스트 제너레이션 심리학’의 저자인 구마시로 도루(40·정신과 전문의) 박사는 20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은 ‘N포세대’ 문제가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아직은 정부 차원의 대책을 고안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마시로 박사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가 18~20일 진행한 제7회 ‘서울청소년 창의 서밋’에 기조 강연자로 초청받아 내한했다.

경제적 불안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3포세대’에서 출발한 ‘N포세대’는 내 집 마련, 대인관계, 꿈, 희망 등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일본에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 태어났지만 이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게 된 세대를 말한다.

“일본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고학력이 고소득으로 이어진다는 ‘학력 신화’를 믿는 베이비붐 세대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입시 경쟁만 뚫으면 성공할 줄 알았지요. 그런데 장기 불황이라는 변수가 나타났고, 비정규직 일자리만 넘쳐나면서 커다란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됐습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등을 맞으며 본격화한 한국의 ‘N포세대’는 일본의 ‘로스트 제너레이션’과 맥이 통한다고 평가했다.

구마시로 박사는 대졸자들이 취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내면화된 가치관과 현실 사이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장기 불황기에는 학위가 있다고 해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데도 이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하지요. 비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뒤 ‘내가 왜 이런 하찮은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사내 인간관계도 제대로 형성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성에 차지 않는 일자리를 가질 바에야 일을 하지 않고 부모 세대에 의존해 생활하는 청년층이 ‘니트족’이다. 국내 15~29세 청년 100명 중 15명은 니트족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니트족 비율이 7번째로 높다.

구마시로 박사는 이런 상황들은 필연적으로 세대 갈등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인터넷에서 처음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는데, ‘기성 세대가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빼앗아 갔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마시로 박사는 “2008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에서 17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묻지마 살인범은 자동차 부품회사 파견직 근로자로,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껴 인터넷에만 빠져 지냈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또 다른 특징은 소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에서 외부와 단절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히키코모리’가 얼마나 되는지 추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요. ‘히키코모리’의 등장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여겨 방치한 측면이 강한 거죠.”

그는 “일본 정부는 ‘니트족’, ‘히키코모리’ 등을 위한 대책을 절실하게 강구하지 않고 있는데, 대책을 마련하기에도 이미 늦었다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에서 좌절한 청년들의 잘못된 삶의 방식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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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09-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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