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뼈저린 좌절감”… ‘자사고 축소 정책’ 한계 봉착했나

조희연 “뼈저린 좌절감”… ‘자사고 축소 정책’ 한계 봉착했나

입력 2015-07-20 15:32
수정 2015-07-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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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의제 부각에 부담…교육부에 ‘고교정상화 방안’ 촉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을 주문했다. 그가 의욕적으로 주도해온 자사고 축소 정책 방향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첫 자사고 평가에서 조 교육감은 지정취소 권한을 놓고 교육부와 ‘일전’을 치렀다. 자사고 문제는 주요 사회갈등 의제로 부상했고,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자사고 관련 주요 결정 권한을 중앙정부에 넘겨줘야 했다.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조 교육감은 자사고 정책 관련 갈등을 더욱 증폭하기 보다는 봉합하는 쪽에 무게를 둔 듯 보인다.

이날 교육부와 시민사회에 자사고와 일반고에 얽힌 교육 난제를 함께 풀자고 제안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 작년 자사고 첫 운영성과 평가부터 교육부와 정면충돌

자사고·특목고 운영성과 평가 제도는 다양한 인재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사회의 주요 갈등 의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과 자사고·특목고를 공교육 수월성 교육의 핵으로 여기는 교육부와의 갈등은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가 처음 진행된 지난해부터 정면충돌로 치달았다.

서울교육청이 6개교에 대해 전격적으로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자, 교육부는 교육청의 결정을 장관 직권으로 취소해 버렸다.

교육청은 교육부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사안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정취소가 교육부에 의해 번복된 6개교는 현재 자사고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는 더 나아가 교육청이 자사고나 특목고 등을 지정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법을 바꿔버렸다.

조 교육감이 취임 초기에 자사고 축소와 일반고 강화를 의욕적으로 밀어붙였지만, 중앙정부와 싸우면서 교육감의 재량권은 현저히 제한된 셈이다.

여기에다 임기 초기에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항소심이 열리고 있는 점도 정책 추진동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올해 서울교육청은 기준점에 미달한 4개교 중 한 곳만 지정취소 판정을 내렸다.

그나마 올해 지정취소가 결정된 미림여고는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학교다.

작년에 비하면 조 교육감의 자사고 축소 정책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꺾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 “교육부가 나서야”…고교체계 정상화 공동협의기구 제안

진보 교육감과 중앙정부 간 대립 외에도, 학부모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학교의 무력함, 일반고 황폐화에 따른 교육 양극화 등 자사고 정책은 다양한 문제들을 노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자사고 문제를 독단적으로 계속 밀고가면 ‘갈등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그는 이 보다는 현실의 제약을 인정하고 시민사회와 공감대를 착실히 확산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와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도 조 교육감은 “자사고가 갈등의 의제가 되니까 저를 반대하는 분들이 진영의 프레임으로 저를 바라보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한 바 있다.

자사고 축소는 ‘일반고 전성시대’ 공약을 보완하는 자신의 핵심 정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좌편향’이라 낙인찍는 도구가 되기도 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자사고 행정처분 발표에서도 사실상 자사고 정책이 좌절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조 교육감은 “법과 제도적 한계와 좌절감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사실상 인정한다는 대답을 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사고·특목고 평가에서 교육감에게 평가의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도록 교육부에 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지금처럼 교육부가 지정취소 권한을 갖고 있지만 평가 결과에 대한 비난은 교육청이 뒤집어쓰는 조건에서는 불필요한 행정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 교육감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는 “평가가 필요하다면 지정과 취소의 실질적 권한을 쥔 교육부가 직접 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실질적 해결의 권한을 가진 교육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고교체제 전반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서울교육청과의 공동협의 기구 구성도 제안했다.

자사고 선발방법의 개선과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에 대한 특별지원, 외고·자사고·일반고 동시 전형 등도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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