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대사 첫술 뜨자마자 피습당해…손쓸새 없었다”

“리퍼트대사 첫술 뜨자마자 피습당해…손쓸새 없었다”

입력 2015-03-05 09:44
수정 2015-03-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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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손 다친 대사, 부축받으며 걸어서 밖으로 이동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5일 습격한 범인은 가까운 테이블에 참석자로 가장해 앉아있다가 주변에서 미처 손쓸 새 없이 달려들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에 따르면 공격을 가한 김기종(55)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는 리퍼트 대사가 앉은 중앙 헤드테이블의 오른쪽 뒤쪽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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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식탁
피 묻은 식탁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찬도중 피습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테이블과 식기에 붉은 피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오전 7시 35분께 리퍼트 대사가 도착하고 5분여 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조찬이 시작되자 김씨는 갑자기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 옆에 A4 용지 크기의 유인물 10장을 내려놓고는 “받으라”고 말했다.

그 후 김 대표가 헤드테이블 쪽으로 이동해 리퍼트 대사를 밀쳐 눕히고 흉기를 수차례 휘두르기까지는 불과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다들 여유롭게 식사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리퍼트 대사가 아침으로 나온 죽 첫술을 뜨자마자 갑자기 공격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테러범이 옆으로 다가오자 리퍼트 대사가 자신에게 인사하려는 줄 알았는지 악수를 청하려는 자세로 일어났는데 그러고 나서 바로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참석자들과 김씨를 제지하려는 관계자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뒤섞이면서 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한 참석자는 “리퍼트 대사가 피를 많이 흘린 것만 기억날 뿐 다른 앞뒤 상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며 긴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등을 다쳐 피를 많이 흘린 리퍼트 대사는 “도와달라”고 외쳤고 손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행사장 밖으로 이동했다.

수행원들은 외투를 벗어 대사를 가린 채 밖에서 대기하던 순찰차로 급히 옮겼다.

리퍼트 대사는 이동하는 동안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내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일부 대사관 소속 직원들은 이 같은 돌발사태에 충격을 받은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사이 김씨는 뒤쪽 테이블에 있던 미 대사관 경호팀과 민화협 관계자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등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김씨는 “유인물을 나눠주십시오. 지난 3월 2일에 훈련 반대하면서 만든 유인물입니다. 한일관계 다리가 날아갔어. 왜 전쟁훈련합니까. 전쟁훈련하면 우리나라 통일 영원히 안 됩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김씨는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간 뒤에도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린 채 한동안 저항했다.

김씨는 일부 참석자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민화협 관련 행사 등에 자주 나타난 요주의 인물이어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참석자들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여기에 올 수 있느냐”는 말도 했다고 민화협 관계자는 전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참석자는 당시 김씨가 출입증을 갖고 있긴 했지만 사전에 등록해서 발급받는 정식 출입증이 아니라 손 글씨로 써서 현장에서 교부한 출입증이었다고 전했다.

민화협 관계자는 “행사장에 들어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전에 등록한 참가자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회원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강연회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김씨에게는 신청 여부를 묻는 메일을 보내거나 답장을 받은 적도 없고 초청인사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사 참석자들은 미국 대사라는 중요 인사가 왔는데도 특별히 경호가 강화된 것을 느끼지 못했다며 애초부터 돌발사태에 대한 대비가 부실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행사장 바깥에도 별도의 보안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탓에 사실상 누구나 별다른 제지 없이 출입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행사장에서 만난 한 참석자는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경호하는 직원도 아무도 없었다”면서 “인제 와서 사후약방문식으로 하면 어떡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미국 대사를 공격한 것은 미국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외교적 문제로 번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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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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