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작가가 상상한 ‘고리원전 폭발’의 참상

추리소설 작가가 상상한 ‘고리원전 폭발’의 참상

입력 2014-07-10 00:00
수정 2014-07-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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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씨 연작 단편소설서 ‘죽음의 도시’ 묘사

2012년 고리원전 1호기의 블랙아웃(완전 정전)에 이어 납품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가운데 한국 추리문학계의 대가인 김성종 소설가가 최근 한 연작 단편소설에서 고리원전 폭발사고를 가상한 상황을 그려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씨는 최근 부산일보에 실은 연작 단편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의 마지막 25, 26편에서 고리원전 폭발사고로 폐허의 도시가 된 부산, 이 틈을 탄 북한의 서해 5도 점령, 서울시민의 탈(脫) 서울 등을 작품 속 주인공 ‘노준기’를 통해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소설에서 부산 해운대의 달맞이언덕에 사는 70대 노인 노준기는 모든 사람이 방사능을 피해 썰물처럼 빠져나간 ‘죽음의 도시’에 남아 도시 곳곳을 예리한 시선으로 전달했다.

그는 달맞이언덕에 있는 카페 ‘죄와 벌’의 여주인 ‘포’가 함께 떠나자며 애원하는 것을 만류하고 부산에 남은 이유에 대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구차스럽게 노구를 이끌고 피난 행렬에 끼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원전사고를 이미 예견된 것으로 봤다.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을까 하고 의아해 할 정도로 그동안 그것은 폭발성을 안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부정부패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리원전에서 일어난 ‘원전 마피아’의 납품비리 등 구조적인 부패 등 인재(人災)에서 원인을 찾았다.

사고 이후 부산의 처참한 모습은 25편 ‘죽음의 땅에 흐르는 안개, 그리고 개들의 축제’에 묘사돼 있다.

500만명이 한꺼번에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마비된 도로, 막혀 버린 도로에 차량을 버리고 길을 나선 사람들, 고스란히 놓여 있는 진열장의 물건들, 부서진 파라솔로 나뒹구는 해운대 백사장, 도시를 미처 떠나지 못하고 부산역 근처 호텔을 점령한 부랑아들, 경남 하동의 초등학교 운동장 수용소 모습 등이 그렇다.

작가는 “모든 것이 일시에 정지해 버린 뒤에 찾아온 적막, 모든 사람이 빠져나가고 생활의 터전이 갑자기 텅 비어 버린 데서 오는 적막, 결코 되돌릴 수조차 없는 절망에서 피어난 적막, 그것은 공포스러운 적막이었다”고 표현했다.

소설 속 노준기의 주변에 생물이라고는 주인들이 버리고 간 고양이와 개뿐이다.

먹이를 주자 그의 주변에는 50여 마리에 이르는 개가 몰려다닌다. 먹이는 주인 없는 슈퍼마켓에서 필요하면 꺼내 주면 그만이다.

원전이 폭발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어느 날.

남한이 원전 사태로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북한군이 이른 새벽에 서해 5도를 기습 공격해 점령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든다.

5개 도서를 빼앗기고도 확전을 두려워한 한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궁지에 몰려 있다가 반격을 가했지만 북한의 미사일 한방이 서울 강남에 떨어지면서 서울시민의 탈출 행렬이 이어진다.

소설은 인간의 탐욕에 의한 원전사고 한번으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어렵고 희망도 없는 나라로 추락한 한국을 보여 주며 끝을 맺는다.

한국 추리문학의 거장 김성종 소설가는 베스트셀러인 ‘제5열’, ‘일곱 개의 장미 송이’ 등을 비롯해 50여 편의 장편 추리소설을 썼다.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2년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한국 최초 문학관인 ‘추리문학관’을 설립, 이곳에서 생활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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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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