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살이’에 우는 비정규직 초등 돌봄교사

‘더부살이’에 우는 비정규직 초등 돌봄교사

입력 2014-03-10 00:00
수정 2014-03-1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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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겸용교실 눈치 보며 업무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사 A씨는 얼마 전 돌봄교실로 사용하는 교실의 담임교사에게 핀잔을 들었다. 전날 돌봄교실의 한 학생이 교실에 있는 이 담임교사의 컴퓨터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에게 주의를 줬지만 좁은 공간에서 20명이 넘는 학생을 봐야 하니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며 “더부살이를 하는 느낌이 들어 속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인 초등 무상돌봄교실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초등 돌봄서비스는 초등 1∼2학년생 중 희망하는 학생들을 오후 5시까지 맡아주거나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학생들은 필요하면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는 제도다.

9일 서울시내 초등학교들에 따르면 돌봄교실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면서 비정규직인 돌봄교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A씨처럼 겸용교실을 맡은 돌봄교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특히 높다. 돌봄교실 운영을 위해서만 마련된 전용교실과 달리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사용하는 겸용교실은 일반 교실에서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난 후에야 돌봄교실로 운영된다. 낮 12시에 수업이 끝나면 돌봄교실로 사용하기 위해 돌봄교사가 미리 학교에 와 책상과 의자를 모두 뒤로 밀어놓고 매트를 깔아야 한다. 오후 5시에 돌봄교실이 끝나면 이를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A씨는 “졸속으로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잡무에 시달리는 돌봄교사의 불만도 크다. 시교육청이 돌봄교사의 프로그램 준비시간, 간식조리시간, 각종 물품 구입시간, 행정업무 처리시간 등은 근무시간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하면서 예전과 달리 수당은 줄고 일은 더 늘었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 돌봄교사 B씨는 “그동안 학교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간식과 수당에 대한 품의서 등을 보냈지만 시교육청이 수당을 줄 수 없다며 이를 금지했다”며 “학교의 정규직 교사가 이 일을 맡게 됐는데 일을 잘 모르고 귀찮아 해 돌봄교사들이 품의서를 다 만들어 메신저 등으로 보내주면 정규직 교사가 이를 교육청에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간식거리를 사러 직접 장을 보는 돌봄교사도 있다. 서울의 다른 초등학교 돌봄교사 C씨는 “학교에서 전화 주문을 하지 말라고 해 주말에 직접 마트 등에 가서 간식거리를 사오고 있다”며 “돌봄교실 운영에 대한 지침이 별도로 없는 데다가 학교 쪽에서 비정규직인 돌봄교사를 정규직 교사에 비해 낮게 보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돌봄교실의 파행 운영을 점검하고자 뒤늦게 점검에 나섰다. 나승일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상황반은 이달 말까지 돌봄교실 구축 진행 상황과 돌봄전담사 인력 확보 상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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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03-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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