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이중고
장애인의 자립과 원활한 생활을 돕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이 일상 생활 곳곳에서 마주치는 불합리한 관행과 장애인 이용자와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들 사회적 약자의 재활과 자립을 도울 수 있어 의욕적으로 뛰어들곤 하지만 장애인들의 무리한 요구와 중재 기관의 무시가 더해지면서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활동보조인들이 적지않다.
우선 활동보조인을 파출부로 여기고 마구 부리는 일부 장애인들의 횡포가 빈번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경력 10개월의 활동보조인 최모(47·여)씨는 “시간제로 하루 2명의 지체 장애인을 보조하고 있는데, 어떤 날은 집안일을 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면서 “식사와 위생관리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할 몫이지만, 장애인 가족의 밥상을 차리라거나 100포기가 넘는 김장김치를 담그는 일을 시키면 내가 가정부인지 활동보조인인지 회의가 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활동보조인의 경우 남성 장애인들의 무리한 요구와 신체 접촉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사례도 종종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모(43·여)씨는 남성 지체장애인이 욕창 방지 연고를 바를 때마다 도를 넘는 신체 접촉을 요구해 결국 일을 접었다. 고미숙 전국활동보조인노조 사무국장은 2일 “활동보조인의 역할 한계와 이용자와 보조인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매뉴얼 등이 없어 직업 의무를 넘어서는 과도한 역할을 요구해도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사회복지센터마다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 간 매칭과 중개를 담당하는 코디네이터가 있지만 담당해야 할 인원이 워낙 많은 탓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센터마다 1~2명의 코디네이터가 활동보조인 수십명의 임금 업무 등 잡다한 행정 절차를 처리하는 실정이다. 활동보조인노조 측은 보건복지부에 활동보조인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 개선, 고충처리위원회 개설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급 인상과 4대보험 가입 등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특히 이용자와 보조인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활동보조인 입장에 서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8-03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