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사퇴 압박에 버티는 세종문화회관 사장

서울시의원 사퇴 압박에 버티는 세종문화회관 사장

입력 2013-07-07 00:00
수정 2013-07-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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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위에 해임 건의안 상정…”정무적 판단해 자진 사퇴해야” 박인배 사장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계속 맡은 책임 다할 것”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박인배(60)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해임 촉구 건의안을 상정하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맡은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지만,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용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에 대해 임면권을 가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와 향후 박사장의 거취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시의회와 잦은 마찰…사퇴 압박으로 이어져

박 사장 퇴출 위기의 진원지는 서울시의회다.

지난해 1월 박 사장이 임명된 이후 예산 사용 방식 등을 놓고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의회 간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

박 사장이 지난해 시의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독일 베를린 현지 공연을 외부 협찬 후원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갈등이 물 위로 본격 떠오른 것은 김태희 민주당 시의원이 지난달 26일 한 시정 질의를 통해서다.

김 의원은 당시 박 사장과 세종문화회관 내부 직원과의 소통 부재, 작품 선정에서의 불협화음, 경영 적자 증가, 무단 예산 집행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부 제보자에 의해 금품수수 비리가 의심되는 통장 사본이 발견됐지만 제보자는 퇴사하고 명예 훼손 등으로 고발당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 웨딩사업자로 퇴사한 직원이 차린 유령회사가 뽑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10여명의 직원들과 6월 초 제주에서 열린 아트페스티벌에 참석했지만 정작 행사에는 불참한 채 다른 곳에서 업무추진비로 점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했다.

박 사장은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많은 만큼 적극적으로 소명해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삼청각 웨딩사업 업체는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선정하고 해당 업체가 웨딩사업을 수행한 결과 매출이 전년보다 30~40% 늘었다”며 “지탄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은 만큼 제기된 의혹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4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박 사장의 업무처리 능력과 경영 부실 등을 문제 삼아 그의 해임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상정했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해임촉구 건의안이 시의회에서 상정된 것은 개관 35년 동안 처음있는 일이다.

◇ “자진 사퇴해야” vs “계속 일하겠다”…거취 주목

해임 촉구 건의안이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선 민주당 소속인 김 의원이 해임 촉구 건의안 상정을 주도하고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지만 나머지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범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박 사장의 해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어서다.

문광위 소속 의원 10명 중 새누리당 의원은 3명이며 나머지는 민주당 의원들이다.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서울시의회에서 범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박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전체 114명 중 민주당 의원은 77명(67.5%)이다.

이 때문에 시의회 문광위가 해임 촉구 건의안을 상정했지만 안건 처리는 유보하기로 한 것을 두고 박 사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사장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설사 다음 달 열릴 임시회에서 본회에 상정돼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해임 촉구 건의안’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도 없다.

그럼에도 박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시의회가 추가 의혹 제기에 나설 태세라 임면권자인 박 사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형사 처벌을 받을 만한 개인 비리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박 사장을 물러나게 하면 자신의 인사 실책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추가 의혹이 불거져 여론이 악화하는데도 박 사장이 세종문화회관을 계속 이끌면 박 시장의 재선 가도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박 사장은 지난 재보궐 선거 때 박 시장의 정책자문위 문화환경분과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태희 의원은 “감사원과 서울시 감사 결과를 보고 추후 대응 수위를 정할 방침”이라면서 “감사 결과와 상관없이 박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 등 추가 의혹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불명예만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임명한 박 시장의 부담을 덜어줄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정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박 사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이 시민을 위해 많은 문화예술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계속 맡은 책임을 다하겠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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