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애초부터 진주의료원 정상화 관심없었다

홍준표, 애초부터 진주의료원 정상화 관심없었다

입력 2013-05-30 00:00
수정 2013-05-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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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지시 다음날 이사회 폐업 결의, 해산 조례 상임위 통과

진주의료원 폐업이 강행된 가운데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는 폐업 방침을 진작 정해놓고 밀어붙였을뿐 정상화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29일 도청 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홍준표 경남지사가 29일 도청 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창원 연합뉴스
노조와 대화 테이블에 앉는 모습을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 보여주면서도 정상화는 뒷전이고 대화는 시늉에 불과했던 것이다.

경남도에서 파견된 박권범 진주의료원 직무대행은 지난 29일 폐업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소집해 폐업을 결의했고 지난 22일 서면으로 (폐업 일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의료원 폐업을 결의한 4월 12일은 2월 26일 폐업 방침 발표 후 대화는 하지 않고 폐업을 밀어붙이는 홍 지사를 향해 노조와 야당이 ‘불통’이라고 공격하고 진영 복지부 장관이 정상화를 권한 직후다.

진 장관은 4월 10일 진주의료원을 직접 방문하고 홍 지사를 만나 ‘원만한 해결’을 권고했다.

홍 지사는 4월 9일 도의회에서 노사간 대화 시작을 알렸고 이틀 뒤인 11일 폐업 방침 발표 45일 만에 박권범 대행과 노조 집행부 간 대화가 시작됐다.

그런데 다음날 이사회를 소집해 폐업을 결의한 것이다.

같은 날 도의회 문화복지위 새누리당 의원들은 폭력사태 속에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날치기 통과시켰다.

대화에 진전은 없고 폐업방침이 공고해 보이자 박석용 노조 지부장 등 2명이 4월 16일 도청 옥상 통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4월 23일 홍 지사는 고공농성 해제를 조건으로 처음으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면담하고 한 달간 폐업 유보를 약속했다.

한 달 동안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3차례에 걸쳐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도와 병원 측은 정상화 방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화에 나선 박 대행은 ‘폐업도 정상화 방안 중 하나’란 이상한 논리만 반복했다.

홍 지사는 또 4월 23일 노조원들이 고공농성을 해제한 날 전국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서민무상의료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발표 직후 홍 지사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여전히 “늦었다, 늦었어, 늦었다고. 더는 도민의 혈세로 노조를 배불리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이에 대해 “홍 지사가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약속한 지 1시간 만에 이를 뒤집었다”고 말한 바 있다.

폐업 발표 후 의회에 의료원 해산을 명시한 조례 개정안을 넘긴 후 홍 지사와 경남도 방침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고 노사간 대화나 노정간 대화를 통한 정상화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홍 지사는 29일 기자회견에서도 의료원의 마지막 ‘명줄’을 잡고 있는 해산 조례 처리 보류에 대해선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남도가 지난 4월에 민간용역업체와 진주의료원 경비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이 같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폐업을 밀어붙이면서 대화하는 시늉만 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진주의료원과 계약한 민간 경비용역업체는 지난 28일 오전 2시에 진주경찰서에 팩스로 진주의료원에 경비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신고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경남도는 부랴부랴 이를 철회한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면서 밝힌 계약내용을 보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경비업체에 4억9천5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4월에 이미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경남도가 의료원 이사회에서 폐업을 결정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폐업을 결정하고 여차하면 사설 경비업체를 동원해 노조원들을 몰아내고 의료원 건물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볼 수 있다.

경남도 공보특보는 이 계약과 관련, “홍 지사가 2주 전께 이런 계약을 뒤늦게 보고받고 해지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4월 폐업 결정사실과 맞물려 과연 홍 지사가 이런 계약을 지시하지 않았는지 의혹은 여전하다.

공보특보 해명대로라면 실무 공무원들이 홍 지사의 지시를 무시했다는 얘기인데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문제를 진주지휘해온 분위기에 비춰보면 5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가는 계약을 실무진이 독단으로 체결하고 지사의 지시를 무시해가며 계속 유지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여당 대표까지 지내고 낙향해 보궐선거에서 어렵게 당선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취임 두달여만에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전격 발표하고 그 후 두달도 안돼 이를 결정하고는 집요하게 밀어붙였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적자와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단 한번도 병원을 직접 방문하거나 노조와 만나보지도 않은 채 폐업을 결정하고 밀어붙인 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그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진주의료원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인지 또다른 속셈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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