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들아” 그리워하다 새해 첫날 목숨 끊은 아버지

“아들아 아들아” 그리워하다 새해 첫날 목숨 끊은 아버지

입력 2013-01-02 00:00
수정 2013-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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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서 피랍후 실종된 아들 2년간 찾아 헤매다 음독

해외로 나갔다가 사라진 아들의 행방을 2년 가까이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새해 첫날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충북 청주 청남경찰서는 1일 오전 7시 40분쯤 청주시 용암동 낙가산 인근에서 홍모(57)씨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등산객으로부터 접수했다. 홍씨 옆에서는 빈 농약병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조사 결과 2011년 9월 혼자서 5박6일 일정으로 필리핀 여행을 떠났던 홍씨의 아들(당시 30)에게선 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으니 1000만원을 부쳐 달라”는 말이었다. 돈을 장만해 보낸 홍씨는 “빨리 돌아오라”고 했다. 이게 마지막 대화였다. 돌아오기로 했던 비행기에 끝내 아들은 몸을 싣지 않았다. 홍씨는 경찰과 외교통상부 등에 납치 가능성을 파악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지만 국제공조에선 아무런 소득을 건지지 못했다. 경찰은 그 뒤 아들 카드로 돈을 인출하는 사람이 찍힌 폐쇄회로(CC)TV를 확보, 그 무렵 무더기 납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축적한 필리핀 현지의 자료와 대조한 끝에 피랍을 확신했다. 이때부터 홍씨는 실종된 아들 문제로 심한 심적 고통을 호소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부터는 집을 나와 청주시내 사찰에서 혼자 지내 왔다. 경찰은 홍씨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2007년 경기 안양에서 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도주한 범죄자 3명 가운데 현지에서 검거된 2명으로부터 홍씨 아들의 납치에 연루됐다는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3-01-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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