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적자 허덕이는 국공립병원, 시민단체 친척까지 의료비 80% 감면

1000억 적자 허덕이는 국공립병원, 시민단체 친척까지 의료비 80% 감면

입력 2012-12-07 00:00
수정 201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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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면액이 적자의 30% 차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는 국공립병원들이 기준 없이 자기 식구들과 유력자들에게 진료비를 깎아 주는 선심성 특혜를 남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비 감면액이 한 해 적자 규모의 30%를 넘길 만큼 심각한 병원도 있었다. 진료비 감면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범죄 피해자 등 취약 계층과 병원 직원의 복지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2011년 전국 국공립병원 진료비 감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들 병원은 직원 복지를 위해 운영해야 할 진료비 감면 혜택의 범위를 맘대로 넓혀 적자를 악화시켰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공립병원은 모두 50개다. 이들 중 78%(39개)는 재정 적자 상태이며 전체 적자 규모는 1099억원에 이르렀다.

권익위는 “50개 병원 중 14곳은 직원의 형제자매까지, 13개 국립대병원 중 9곳은 병원 내부 직원이 아닌 대학 직원과 그 가족에게까지 감면 혜택을 줬다.”면서 “대부분의 병원장이 구체적인 기준 없이 감면 대상과 범위를 정해 이를 청탁의 수단으로 사용할 여지가 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의 A병원은 감독 부처의 직원에게 진료비의 10~20%를 깎아줬다. 관공서 등 유관기관 직원들에게도 종합검진비의 경우 본인은 30%, 직계가족은 20%를 깎아 주는 선심을 썼다. 전북의 B병원은 2010년부터 지역 유력자인 지방의회 의원과 관공서 기관장에게 본인 부담금 전액, 시민단체 관련자의 친인척에게까지 본인 부담금의 80%를 감면해 줬다. 경북의 C병원도 지방의회 의원에게 본인 부담금 전액을 깎아 줬다.

감면 혜택을 받는 대상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였다. 경남의 한 병원은 지난해 퇴직 병원장에게 평생 진료비를 감면하는 규정을 만들면서 이미 퇴직한 역대 병원장들에게까지 똑같은 혜택을 부여했다.

‘묻지 마’ 식의 무분별한 감면 폭도 병원 재정에 큰 구멍을 냈다. 직원과 그 배우자, 직계가족에게 선택진료비의 본인 부담금을 한푼도 받지 않는 병원은 16곳이었다. 진찰료는 26곳이 30~100%를 깎아 줬고, 일반진료비는 50개 국공립병원 전부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까지 감면해 줬다. 이런 식이다 보니 진료비 감면액이 전체 적자 규모의 30%를 차지하는 곳도 있었다. 지난해 경남의 한 병원은 진료비 감면액(20억여원)이 적자액(64억여원)의 31.5%나 됐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공립병원 진료비 감면 제도의 개선안을 마련해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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