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회의 경쟁주의가 학교폭력 불러”

“학교·사회의 경쟁주의가 학교폭력 불러”

입력 2012-03-16 00:00
수정 2012-03-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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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전문가 야마모토 고헤이 日 리쓰메이칸대 교수

“학교와 사회에 만연한 경쟁주의가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이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전문가인 일본 리쓰메이칸대 산업사회학부 야마모토 고헤이 교수가 우리나라의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내놨다. 현상 억제에만 신경 쓰지 말고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본질적 원인을 주시하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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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고헤이 日 리쓰메이칸대 교수
야마모토 고헤이 日 리쓰메이칸대 교수


야마모토 교수는 15일 서울시립 하자센터에서 열린 한·일 교육포럼 ‘청소년 폭력과 부적응을 말하다’에 참석해 ‘이지메와 부등교(不登校)’라는 주제연구를 발표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등교를 거부하고 자해와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의 사례를 통해 학교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야마모토 교수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히키코모리’ 전문가로 꼽힌다. ‘전국 히키코모리 지원자 연락회’ 사무국장을 맡아 히키코모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만 머무르는 청소년과 사회로부터 고립돼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관찰해 이들의 사회 적응법을 모색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연구 과제다.

야마모토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히키코모리와 학교폭력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당사자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이들이 히키코모리가 돼 가는 과정을 관찰했는데, 상당수 청년이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면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청소년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사회를 회피하면서 히키코모리가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1986년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도쿄의 한 중학생이 자살하면서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심부름꾼으로 여겼고, 교실 안에서 피해 학생의 장례식 놀이까지 하며 괴롭혔다. 담임 교사는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우리의 학교폭력 사례와 놀라운 유사성을 가졌다.

그가 바라보는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은 경쟁에 매몰된 학교와 사회의 분위기다. 청소년들이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도록 배우는 과정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쟁주의는 청소년들의 마음에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인식시켜 남을 이긴 자신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갖지 못하는 청소년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방관자가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최근의 한국 학교폭력 문제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그는 ‘일진회 해체’ 등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위주의 대책에 우려를 표했다. 선도의 대상인 가해 학생을 학교와 사회에서 대책 없이 배제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이다. 야마모토 교수는 이런 학교폭력 해법으로 만연한 경쟁주의 극복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이 입시경쟁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대안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보듬어 준다면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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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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