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혁명’ 기질 동시에 가진 마산사람

’낭만과 혁명’ 기질 동시에 가진 마산사람

입력 2011-05-17 00:00
수정 2011-05-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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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 ‘마산과 한국문화’서 분석

“마산사람들은 상대방이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으면 ‘치아라!’(치워라)고 말을 한다. 성급하게 일도양단을 재촉하는 품성은 바람이 많은 자연 속에서 효과적 의사전달을 하려다보니 그렇지 않을까 싶다”

경남사람, 그 중에서도 바닷가 사람들은 성질이 급하단 소리를 많이 듣는다.

대의(大義)를 위해 앞장 서길 마다 하지 않고 목청이 높으며 성질이 급한 덕에 계산을 먼저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대통령 자문 녹색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형국(70)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분석을 최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창원의 마산합포문화동인회(회장 조민규)에 따르면 오는 20일 민족문화강좌 400회째 행사를 기념해 그동안 강사들이 마산서 한 강연내용을 묶어 ‘우리 시대 성찰과 전망’이란 책을 낼 예정이다.

여기에 김 교수가 마산사람들의 기질을 분석한 글 ‘마산과 한국문화’도 실릴 예정이다.

마산을 설명하는 말들은 많다.

6ㆍ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켜준 최후의 보루,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승첩지, 3ㆍ15 의거와 10ㆍ18 항쟁으로 독재에 맞섰던 곳.

김 교수는 의거와 항쟁, 혁명의 기질을 마산사람의 자랑으로 먼저 꼽았다.

그는 이 기질의 연원을 바다와 항구에서 찾는다. 임란 당시 참전 수부(水夫)들이 다수 합포(현 마산)에 정착했을 것이고 이들은 고기잡이에 삶을 의탁하면서 ‘낭만과 혁명’의 기질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이다.

통영과 함께 예향(藝鄕)이기도 한 마산은 낭만이 낭자한 고장이고, 꿈이 난무하는 낭만은 현실이 불만스럽고, 낭만의 정서 위에서 팽배해진 정치현실에 대한 불만이 혁명으로 폭발했다는 해석이다.

낭만과 혁명은 동전의 앞뒷면이며 자산가 아들이나 인텔리겐차가 혁명에 기꺼이 뛰어든 것이 그 증거라고 그는 말했다.

’땅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명소가 되고 승지(勝地)가 된다’는 말을 인용한 그는 6ㆍ25 동란 와중에 밀수의 거점이자 일본 밀항의 거점역할을 했던 마산을 명예로운 도시로 만든 것이 3ㆍ15의거라고 했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땅끝, 변두리 마산이 전란에서 괴멸되기 직전 ‘진동리 전투’를 통해 나라를 지탱해준 보루였고 그 지덕(地德)이 키워낸 인덕이 다시 한 번 결집한 것이 3ㆍ15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 씨름 장사의 원조인 마산 출신 김성률 선수가 9연패를 달성한 후 흑백 텔레비전에 등장해 비결을 묻는 질문에 “무학산 정기를 타고 난 거, 아임니꺼!”라고 했단다. 역시 지덕이 만들어낸 인덕이다.

마산사람들의 입맛이 유별난 것도 바다를 끼고 살아온 삶의 방식과 직결된다.

쇠고기 맛은 일년내내 같다고 할만 하지만 물고기 맛은 철마다 다르다.

그래서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오뉴월 도미는 개도 안 먹는다’가 마산사람의 상식이다.

3ㆍ15의거를 낳은 기질이 자랑이라면 성질이 급하고 양극 사이 중간의 경지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특질은 마산사람들의 약점이다.

일도양단의 태도를 선호하는 심리는 찬반을 적절히 조화하는데 운영의 묘가 있는 정치적 생리와는 무척 거리가 먼 양식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한다.

이런 논리는 마산사람들이 정치에 소질이 없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그래서 ‘상도(上道)’ 사람을 자처하는 경북사람들이 경남 바닷가 사람을 ‘하도(下道)’사람이라 일컫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그는 경남이라 해도 마산 등 바닷가 사람과 유교의 전통이 깊은 밀양 등 내륙사람들의 기질은 사뭇 다르고 마산이 바다라 해도 바람이 세지 않고 온화한 기후여서 성급함과 음절이 짧아진 이유는 한 마디로 단언하긴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자신의 전공분야도 아니라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

”다만 제 나이가 이젠 70이 됐으니 고향에 대해 한 마디 할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양끝에 생각을 정리해봤다”고 말했다.

미국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교수와 한국미래학회장,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냈지만 학부에선 사회학을 전공했으니 이런 분석과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다.

김 교수는 이미 지난 13일 저녁 합포동인회가 서울시내 호텔에서 마산 강좌에 참석해준 강사들을 모신 자리에서 이 원고를 토대로 특강을 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일부 대목에서 폭소를 자아냈다.

특강이 끝나자 역시 마산 출신으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까지 좌석으로 다가와 ‘인상깊었다’며 인사를 건넸고 일부는 원고를 받고 싶다며 그의 자리로 몰려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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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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