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세력’ 동원해 대입전형 경쟁률 조작

‘작전 세력’ 동원해 대입전형 경쟁률 조작

입력 2011-03-09 00:00
수정 2011-03-0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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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인증 없는 허점 노려… 친구·친척이 허위원서

대학입시에서 친구, 친인척 등 ‘작전 세력’을 동원해 경쟁률을 조작한 수험생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런 방식으로 연세대와 한양대에 합격한 3명은 입학이 취소될 전망이다. 이들은 대입 원서접수가 인터넷 대행업체를 통해서 이뤄지고, 대학들이 지원자의 실명을 제대로 인증하지 않는 허점을 노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8일 2011학년도 대학 입시 정시모집 특별전형에 허위로 지원해 경쟁률을 조작한 김모(19·여)씨 등 3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단순히 명의를 빌려주는 등 범행 가담 정도가 가벼운 23명은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12월 연세대와 한양대, 광운대의 정시모집 특별전형에 지원하면서 지인 등에게 원서를 내도록 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지원한 전형의 경쟁률을 최고 8대1까지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2명은 연세대에, 1명은 한양대에 각각 합격,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경우 ‘빗나간 가족애’가 화근이 됐다. 김씨의 오빠(22)가 여동생을 위해 이종사촌 동생과 재수생 친구 등 6명을 동원해 원서를 내게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부모 아래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동생을 딱하게 여겨서였다. 그러나 한순간의 실수로 그는 동생과 함께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재수생 B모(19)씨는 아예 돈을 주고 남의 명의를 샀다. 중상위권 성적이었던 그는 지난해 말 특별전형 접수 기간이 다가오자 불안해졌다. 혹시나 또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때 온라인에 떠돌던 ‘대입 경쟁률 조작법’이 눈에 들어왔다. 조직적으로 ‘허수 지원’을 해 경쟁률을 끌어올린 뒤 다른 수험생들이 접수를 포기하게끔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인터넷 대입카페에서 알게 된 재수생 2명에게 돈 5만원을 건네고 명의를 산 뒤, 자신이 원서를 낸 연세대에 똑같이 원서를 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이들은 학과별로 1~2명만 뽑는 기초생활수급자나 농어촌·전문계고 출신자 특별전형에 지원해 놓고 타인을 동원해 경쟁률을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러나 입시학원이나 원서접수 대행업체, 입학 브로커 등 배후조직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철문 서울청 경제범죄수사대 경감은 “적발된 학생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명단이 통보돼 입학 취소 등의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대학입시와 관련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려주는 내용을 참고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수능을 보지 않았거나 지원자격이 없는 수험생이 원서를 내는데도 대학 당국은 검증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실제 지원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성적 제한 등 사전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경쟁률을 실시간 공개하지 말고 접수가 마감된 뒤 공개하는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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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3-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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