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아라이만 독방, 왜?

해적 아라이만 독방, 왜?

입력 2011-02-03 00:00
수정 2011-02-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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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부산 좌천동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도착한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호송차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을 내리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1일 부산 좌천동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도착한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호송차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을 내리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생포한 해적 5명에게 ‘강온 양면작전’을 펼치며 자백을 유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수사본부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우선 한국인을 비롯한 내외국인 선원과 당시 구출작전에 참여했던 군 관계자의 구체적인 진술, 해적행위에 쓴 사다리와 스피드보트 사진 등을 들이대며 해적들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또 강력수사통으로 정평이 나 있는 수사본부장인 김충규 남해해경청장의 지시에 따라 사전에 해적들을 추궁할 정밀한 질문지를 작성, 해적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를 위해 수사본부는 해적들이 국내로 압송되기 3일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베테랑 수사관 5명을 현지로 급파해 우리 군이 확보한 한국인 선원들의 진술서와 관련 사진 등을 확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해군작전사령부를 통해 소말리아 해적들의 전반적인 동향을 자세히 파악, 생포된 해적들의 기를 꺾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석해균 선장 총격 혐의를 받고 있는 마호메드 아라이(23)에겐 조사 초기 때부터 ‘소외전략’을 펼치고 있다.

수사본부는 조사 후 해적 5명이 입감되는 영도 해양경찰서 유치장 3개의 방 가운데 2인 1실을 쓰는 다른 해적과 달리 아라이만 독방을 사용케 해 다른 해적들과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 1일엔 이례적으로 아라이만 홀로 하루 종일 유치장에 남겨두고 나머지 4명의 해적만 남해해경청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를 하기도 했다.

반면 수사본부는 이들 해적에게 인간적으로 접근, 굳게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다.

해적들이 난생처음 경험할 수도 있는 강추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내복과 방한용 점퍼를 사줬고, 끼니마다 따뜻한 밥과 맛깔스러운 반찬을 제공해 저절로 “굿, 굿(좋다, 좋아)”라는 말이 나오도록 보살피고 있다.

특히 해경은 중구 국제시장에서 3차례에 걸쳐 방한복의 가격과 모양, 색깔 등을 자세히 검토하고서 구입해 해적들에게 제공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또 해적들이 이슬람교도인 점을 감안해, 돼지고기를 식단에 빼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해적들이 종교의식 전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세숫대야 5개를 유치장에 배치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이었는지 해적 1명은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국내 사법체계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범행을 자백하면 최대 절반까지 감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준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수사본부의 이 같은 ‘강온 양면작전’은 서서히 빛을 발해 일부 해적은 수사 이틀째부터 “모든 해적이 총기류를 소지하고, 선박을 납치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고, 두목과 부두목을 비롯한 사살된 해적 8명의 나이와 이름, 출신지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김충규 수사본부장은 “해적들에 대한 수사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인도주의적으로 진행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면서 “해적들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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