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 체벌금지 첫날…현장은 혼란 가중

서울 초중고 체벌금지 첫날…현장은 혼란 가중

입력 2010-11-01 00:00
수정 2010-11-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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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선생님은 체벌이 금지된 걸 모르시나 봐요. 아직도 회초리로 때려요.” “학생 인권조례도 나왔는데 때리면 안 되잖아요?”

 교육계 최대 화두인 서울시교육청의 ‘체벌금지령’이 시행된 1일. 서울지역의 초중고교에 모든 체벌이 금지하는 교칙이 정해졌지만 일선 현장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혼돈의 모습들’ 이었다. 체벌금지령은 서울에 앞서 지난 달부터 경기도에서는’학생인권조례’를 선포하고 시행 중이다.

 시교육청은 ▲도구를 이용한 체벌 ▲손·발 등 신체를 이용한 체벌 ▲반복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는 기합 형태의 체벌 ▲학생끼리 체벌을 강요하는 행위 등을 체벌의 범위로 예시로 들었을 뿐,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예시를 통해 사실상 모든 체벌이 불가능해진다.”면서 “문제는 체벌의 범위가 아니라 체벌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체벌 전면 금지라는 시교육청의 방침을 바탕으로 개별 학교가 세부적인 교칙을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학교마다 대체 프로그램 등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급회의, ‘교사 성토장’으로…“아직도 때리는 선생님 있어”

 다수의 서울지역 교사들은 2학기 개학 후 학급회의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형식적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던 학급회의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는 설명이다.서울 A고교 김모(17)군은 “선생님들의 무분별한 체벌은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감정적으로 학생들을 때리는 선생님들은 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체벌은 뿌리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교 김모 교사는 “지난 학기만 해도 학급회의가 거의 10분 안에 끝나서 나머지 시간은 자습 등으로 메우곤 했는데, 최근 학생 인권이 이슈가 되면서 체벌이나 규제 등에 대한 불만사항을 토로하느라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말 가운데 인정하고 참고할 만한 것들도 많지만, 단지 ‘머리를 더 기르고 싶다’, ‘휴대전화를 빼앗지 말라’는 등 개인적인 요구도 상당히 많다.”면서 “특히 학생들을 엄하게 다루는 선생님들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도 있어 주의를 주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체벌금지령’ 시행이 시행된 1일 교사들은 학생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가 하면 반항까지 하면서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 고명중 박승관 교감은 “여교사나 부드러운 성격의 교사가 맡은 수업시간에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잠을 자 거의 수업이 불가능한 지경”이라면서 “교사가 야단을 치려고 불러도 웃으며 도망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박 교감은 “일부 학생은 팔뚝만 잡아도 체벌이라고 대드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상벌점제만으로는 정상적인 수업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직 큰 변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대청중 이해광 교사는 “아직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아이들은 한대 맞는 것 보다 내신성적이 나빠지는 것을 무서워하기 때문인 듯 하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차라리 때려라”…서로 다른 입장에 학교는 ‘난감’

 현장에서는 체벌에 대한 교사·학생·학부모의 서로 다른 요구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B중학교 박모 교감은 “체벌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교육적 체벌을 원하는 교사·학생·학부모도 있어 어느 쪽의 요구를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잘못하고 있는데도 손 놓을 것인가. 차라리 때려라’라고 말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발표 이후 교사와 학생 사이의 불신이 더 쌓여간다는 지적도 있다. B중학교 이 모 교사는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는 학생이 있어서 주의를 줬더니 ‘때리기라도 하시게요?’라고 말해 적잖이 놀랐다.”면서 “체벌이 이슈가 된 뒤로는 말이 안 통하는 학생들을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체벌 금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한국교총은 서울 시내 322개 초·중·고교 교사 3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체벌금지 발표 이후 학생 생활지도에 부작용이 있다’는 응답이 59%(193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교총이 공개한 ‘체벌금지 이후 부작용 사례’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도 “이제 체벌 못하시잖아요”라며 징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교총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A중학교 2학년 담임 여교사는 반 아이들이 교내 후미진 곳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걸 보고 주의를 줬다가 한 학생으로부터 “벌도 못 줄 거면서 시끄럽기는….”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외에 머리 염색이나 화장·치마 길이 등에 대해 지도하려고 하자 “내 개성을 찾는데 무슨 참견이냐”며 대드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때리시면 안되는 것 아시죠?”라며 교사를 조롱하기도 했다. 

 학생들 역시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체벌 금지’에 찬성한다고 밝힌 A고교 서모(17)군은 “체벌 문제가 뉴스에 나온 뒤로 아예 (학생 지도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선생님도 있다.”며 “괜히 문제를 일으키기 싫으니 학생들을 피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임 모씨(여·44)는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소홀히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상담·경고·격리 등 징계와 학부모 소환면담 등이 체벌 대신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제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성찰교실 운영과 생활평점제 등이 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성찰교실’이나 ‘생활평점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지는 않았지만 이 두 가지를 연계해 학생들을 지도하겠다는 학교가 80%에 이르고 있다.”면서 “‘성찰교실’과 ‘생활평점제가 자리를 잡으면 혼란이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변화, 다시 시민과 함께”… 전체의원 워크숍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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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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