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금으로 끼니” “물먹은 기계 수리 한달 걸려”

“위로금으로 끼니” “물먹은 기계 수리 한달 걸려”

입력 2010-09-28 00:00
수정 2010-09-2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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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1주일… 수도권 현장 가보니

“눈물을 머금고 팝니다. 자, 2000원~.”

지난 21일 집중 호우로 수천 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던 서울 강서·양천, 경기 부천지역 수재민들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유통단지. 화장품·과자·학용품 등을 파는 240여개 도매상은 대부분 침수피해를 입었다. 27일 물을 빼내고 쓰레기가 말끔히 정리돼 겉으로는 안정을 되찾은 것 같지만 상인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도로에는 지하창고에서 꺼낸 젖은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상인들은 물에 잠겼던 화장품 등 물건을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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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화곡유통단지 상가 앞에서 상인들이 물에 잠겼던 물건들을 헐값에 팔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7일 서울 화곡유통단지 상가 앞에서 상인들이 물에 잠겼던 물건들을 헐값에 팔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한푼이라도 건지려 헐값에 판매”

한규성(45)씨는 “지하창고의 물을 빼고 물건을 꺼내 말리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면서 “월말에 돌아오는 어음과 종원업 월급 등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진언수(43)씨는 “이번 수해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의 무책임한 도시계획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씨는 “2002년에도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었다. 당시 지하 우수관을 증설하고 청소하는 등 다시는 물난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면서 “정부와 서울시를 믿었지만 8년만에 같은 피해를 당했다면 이 모든 것은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고 했다.

주택침수가 많았던 양천구 신월2동. 어디가 피해지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됐지만 집 안에 들어서자 가재도구와 가전제품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진영숙씨는 “그릇과 냄비밖에 남은 것이 없다. 위로금으로 당장 끼니를 때우고 있지만 이불, 옷, 가전제품 등 모든 것이 필요하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경기 부천시 삼정동 쌍용테크노파크 아파트형 공장. 공장마다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직원들은 기계에 유입된 물과 흙 등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느라 걸려오는 전화조차 받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공장 곳곳에 널려 있는 이물질을 수거하기에 분주하다. 이곳은 11개동 건물이 모두 지하로 연결됐기에 각 동 지하층에 입주한 61개 업체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공장에 찼던 물은 이튿날 빠졌지만 입주 공장 대부분이 아직까지 정상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낀 탓에 실질적인 복구가 24일부터 이뤄진 데다, 피해상황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장에서는 정확한 피해 내역조차 집계되지 않았다. 기계 9대 모두가 침수돼 4억여원의 피해를 본 대양정공(201동 지하 5호) 직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복구작업을 펼쳤으나 공장가동 재개시점에는 고개를 저었다. 산업기계를 생산하는 광전기업(302동 107호)은 모터가 잘 작동되지 않아 복구에 애를 먹었다.

●“이불·옷 등 모든 것 필요”

특히 이번에는 주변 흙과 오물, 기름 등이 물과 함께 기계류에 대거 유입돼 피해가 컸다. 기계와는 상극인 이런 물질들이 들어가 기능이 마비된 기계는 수리과정이 간단치 않다. 상당수의 기계는 자체 수리가 불가능해 전문업체에 맡겨졌다. 손상 정도가 심한 기계는 수리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보원(55) 쌍용테크노파크 관리본부장은 “일부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지만 단지 전체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얼마만큼 시일이 걸릴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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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한준규기자 kimhj@seoul.co.kr
2010-09-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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