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안 논란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안 논란

입력 2010-06-10 00:00
수정 2010-06-1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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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다루는 특수성 고려 vs 늑장진료부터 해결해야

진료와 관련해 의료인을 폭행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늑장진료·의료사고 등 폭력을 부르는 1차적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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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의료계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 전현희·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은 지난해 말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협박하거나 이를 교사·방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4월26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 현재 상임위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암시민연대·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의사의 불친절, 불충분한 설명, 반말, 면담 회피, 의료사고 등 환자의 불만이나 민원사항이 의료인 폭력을 부른다.”며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범죄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병에 걸린 죄인이기 때문에, 혹시 의사나 병원으로부터 환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돼 (의사가 제때 진료를 오지 않는 등 상황에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는다.”면서 “이것이 현재 우리 의료현장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폭행보다 무거운 형량”

형법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폭행·협박죄는 2~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의 처벌을 받는다. 또 이번 개정안과 달리 피해자가 원할 때만 처벌하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직무집행 중인 공무원을 폭행·협박해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어 의료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가 낮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대통령 멱살을 잡아도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데, 병원에서 의사의 멱살을 한 번 잡으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면서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어서 홧김에 멱살만 잡아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가중처벌은 범죄예방 효과를 확실히 얻을 수 있을 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면서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전공의 67% 폭력경험”

반면 의료계는 병원에서 의료인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중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2007년 응급실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29명 가운데 67%가 폭언이나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2008년 6월에는 김모(41) 충남대의대 비뇨기과 교수가, 이듬해 3월 경기 부천에서는 비뇨기과의원의 박모(68) 원장이 각각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해 살해됐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올 초 기자회견에서 “외과의사들 치고 한두 번 안 맞아본 사람이 없다. 나도 전공의 시절에 폭행 당한 경험이 있다.”며 의료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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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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