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에 배곯는 아이들

춘삼월에 배곯는 아이들

입력 2010-03-17 00:00
수정 2010-03-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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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이면 급식 지원비를 받지 못해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무상급식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에만 서울 지역 초·중·고교에서 수천명의 학생들이 점심을 거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중식지원’ 사업비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학교측도 나몰라라 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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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시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따르면 이달 시교육청에서 학교를 거쳐 해당 학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중식지원비가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새 학기를 맞아 신입생이 새로 들어오고, 재학생도 인원이 바뀌는 상황이어서 급식비 지원 대상자 파악 및 관련 서류 접수에 시간이 걸려 빨라야 3월말이나 4월초가 되어야 일선 학교로 예산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은 “지원 대상 규모가 파악될 때까지 우선 학교운영비로 충당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는 많지 않다. 지원 대상 학생들 대부분이 자비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3월 한 달간은 꼼짝없이 학교에서 점심을 굶어야 할 판이다.

서울 노원구 A고교는 전교생 1600명 가운데 800명이 점심을 지원받는다. 전체적으로 빈곤층이 많아 다른 학교에 비해 지원 대상이 많은 편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중식비 지원 대상 고교생은 12만 7830명이었다. 학교급식 지침에 따르면 ▲기초수급자 자녀 ▲한부모가정 자녀 ▲지역 건강보험료 2만 9000원 미만 가정 자녀 ▲담임교사 추천자 등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해당되면 급식비를 내지 않고 점심을 먹게 된다. 하지만 이달만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는 해당 학생들에게 “일단 급식비를 먼저 내면 4월에 환불해주겠다.”고 통보했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B여고와 C고교 등 상당수 학교가 지원 대상 학생들에게 “나중에 되돌려 주겠다.”며 먼저 급식비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집안 사정 때문에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 김모(17)군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3월에는 무료 급식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모(17)군은 “자기 돈 내고 먹으면 4월에 돌려준다고 했다. 집에 얘기해봐야 돈 없는 거 아니까 그냥 굶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교측의 편의주의적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제정을 위한 노원네트워크’ 변은희 활동가는 “급식비를 낼 돈이 있는 학생이라면 왜 무상지원을 받겠나. 학생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일선 학교 급식비 처리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고교측은 “담임 교사의 ‘확인증’을 급식실에 제시하면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서 “다른 학교도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확인증을 이용하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한 학생은 “친구들 보기 창피해서 확인증으로 급식 못 먹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럴 리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학교 보건체육과 관계자는 “지원자 파악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달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급식비 지연을 인정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들이 지침을 잘 지킬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하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선지원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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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0-03-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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