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안되는 ‘여성안심귀가 정류소’

안심 안되는 ‘여성안심귀가 정류소’

입력 2010-02-01 00:00
수정 2010-02-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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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운영 12곳 돌아보니

“이런 정류소가 있는지 몰랐어요. 옆 정류소까지 걸어서 1분도 안 걸리는데….” 31일 서울 방학동 롯데마트 앞 여성안심귀가정류소 부근에서 만난 최미경(36·여)씨는 자신이 서 있는 곳 인근에 여성의 안전을 위한 ‘여성전용’ 버스정류소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최씨는 이어 “글쎄요. 이곳에 필요할까요.”라며 기자를 빤히 바라봤다. 정류소 위치 선정이 잘못됐 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최씨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거리에 기존 버스정류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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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청운동 경기상업고등학교 앞에 설치된 여성안심귀가정류소. 한 여성이 지나가다가 ‘여성과 노약자가 오후 11시 이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쳐다보고 있다. 김태웅 수습기자 tuu@seoul.co.kr
31일 오후 서울 청운동 경기상업고등학교 앞에 설치된 여성안심귀가정류소. 한 여성이 지나가다가 ‘여성과 노약자가 오후 11시 이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쳐다보고 있다.
김태웅 수습기자 tuu@seoul.co.kr


서울시가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겠다며 설치한 여성안심귀가정류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12곳에 여성안심귀가정류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여성안심귀가정류소는 지정된 정류소 이외의 지역에 간이 정류소를 세워 밤 11시 이후 시내버스 이용객이 하차를 원할 경우 곧바로 내려주는 장소다. 인적이 드문 외곽 주택가에 사는 여성들을 위해 설치했다. 여성의 귀가 시간을 줄여주는 의미도 있지만 흉악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뜻이 더 크다.

하지만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방학동 샤브향 정류소는 인근 주택가와 800여m나 떨어져 있었다.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정류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 중간에 하나를 설치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범죄 예방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고 일침을 놓았다. 도봉동 서원아파트입구 정류소 역시 주택가와 300여m 떨어진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다. 기존 버스정류소는 주택가와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승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이용객이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신월동 안심귀가정류소를 경유하는 6211번 시내버스 운전기사 박모(42)씨는 “주변에 상점도 많아서 이곳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면서 “중간에 봉 하나를 세워 놓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용객이 없어 사라진 정류소도 있었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입구 정류소는 설치된 지 일주일 만에 폐쇄됐다. 인근 정류소와 겨우 20m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B운수업체 관계자는 “바로 옆에 정류소가 있는데 실효성이 없었다.”면서 “이용객이 없어 곧바로 폐쇄했다.”고 말했다.

‘여성 전용’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주현(32·여)씨는 “밤 11시 이후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 여성이 지나간다고 범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승객들이 많이 내리는 원래 정류소를 이용하는 게 더 안심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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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0-02-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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