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NEWS] 車블랙박스 열풍 엇갈린 시선

[생각나눔 NEWS] 車블랙박스 열풍 엇갈린 시선

입력 2010-01-23 00:00
수정 2010-01-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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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증거 vs 사생활 침해

‘자동차의 눈과 귀’로 불리는 ‘차량용 블랙박스(주행기록장치)’ 설치차량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의 한 택시가 장착한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 뺑소니범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면서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량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와 주요 광역시는 블랙박스 설치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한해만 전국적으로 50만대 이상의 블랙박스가 설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형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된 블랙박스는 통상 차량 앞 유리 안쪽 윗부분에 부착된다. 시동을 켠 뒤 목적지에 도착해 시동을 끌 때까지 도로 상황은 물론 차 안 등 모든 운전 상황이 영상과 음성으로 녹화, 보관된다. 주행 차량의 앞길도 촬영돼 저장된다.

이같은 블랙박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차량 사고시 가장 정확한 목격자로 범죄예방 및 억울한 사고를 방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반면 일각에선 탑승자의 허락도 없이 촬영과 녹음이 이뤄져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승호(36)씨는 차에 오르면 먼저 블랙박스가 작동되는지 살펴본다. 지난주 교통신호 정차 중에 앞차가 뒤로 밀리면서 범퍼에 부딪혔지만 상대편 운전자는 오히려 화를 내며 정씨의 잘못으로 몰아세웠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뀔 뻔한 상황. 상대방은 뒷목까지 잡으며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나 정씨가 블랙박스가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자 상대 운전자는 곧바로 “착각한 것 같다.”며 꼬리를 내렸다.

블랙박스 설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택시회사다.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는데다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회사들도 블랙박스를 장착할 때 사고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자차보험료 일부를 할인하는 방법으로 블랙박스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택시기사 윤근영(54)씨는 “안전 때문이라지만 차 안에서 내 행동 하나하나까지 감시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신경이 쓰인다.”고 꼬집었다. 이미지(28)씨도 “지난번 아무 생각 없이 택시를 탔는데 뒷자석과 목소리까지 블랙박스에 기록됐다고 생각하니 휴대전화 쓰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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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0-01-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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