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雪魔로 키웠다

“설마…”가 雪魔로 키웠다

입력 2010-01-07 00:00
수정 201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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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폭설’로 도진 고질병

서울 등 중부지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1·4 폭설’은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하지만 서울시와 예보·방재당국의 안이한 대처, 유관기관들 간의 불협화음, 부족한 시민의식 등 고질병이 도진 ‘한국판 인재(人災)’ 성격도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재난방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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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중랑구 일대의 이면도로와 주택가에서 제설작업에 동원된 덤프트럭이 신내동 택지개발지구 빈터에 싣고온 눈을 쏟아 처리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6일 오후 서울 중랑구 일대의 이면도로와 주택가에서 제설작업에 동원된 덤프트럭이 신내동 택지개발지구 빈터에 싣고온 눈을 쏟아 처리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방재시스템

가장 큰 문제점은 ‘늑장 대응’이다. 4일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서울시는 3일 밤 주요도로에 염화칼슘을 미리 뿌렸다. 하지만 눈이 내리기 시작한 4일 오전 5시쯤에는 주요 도로에서 제설차 한 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 9시 신적설량(새로 쌓인 눈)이 17㎝를 넘어서야 제설차가 투입됐지만 이미 도로는 눈폭탄으로 엉망이 돼 제설차가 움직일 수 없는 사면초가 상태였다. 예측도 엉터리였다. 기상청은 4일 서울의 신적설량이 2~7㎝ 수준이 될 것으로 예보했으나 103년 만에 최대인 25.8㎝가 쌓였다.

●제설작업

제설작업 대상이 큰 도로 위주로 집중돼 이면도로나 주택가도로는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외계층이 많이 사는 고지대나 빈민촌 등은 ‘제설 사각지대’로 밀려 났다. 서울시는 강제성 없는 ‘내집 앞 눈치우기’ 조례만 쳐다보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눈을 치우거나 날씨가 포근해져 눈이 녹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김모(31·여·서울 정릉1동)씨는 “주민들이 눈을 치우더라도 제설제를 뿌리지 않으면 잔설이 얼어붙어 소용이 없다. 무조건 주민에게만 맡기고 공무원들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협력체계

부처 및 기관들 사이의 공조체제도 엉망이었다. 서울시와 기상청의 협력 체계가 느슨했고, 환승역을 함께 관리하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코레일(국철 1호선)도 제설대책을 따로 진행, 피해를 키웠다. 양측이 담당구역 타령을 하고 있는 사이 시민들은 얼어붙어 미끄러운 계단을 위험하게 오갔다. 신도림역 1번 출구는 폭설 이후 이틀 내내 계단 위 얼어붙은 눈이 치워지지 않았다. 메트로와 코레일은 “담당 구역이 다르다.”며 염화칼슘조차 공유하지 않았다. 1호선 담당 코레일 구역에는 염화칼슘이 남았으나 메트로에 빌려주지 않았다. 결국 메트로는 공사장에서 소금 한 포대를 빌려 가까스로 해결했다.

●지하철

서울시 등은 시민들에게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을 권고했으나 정작 지하철 이용객에 대한 대비는 없었다. 전동차 출입문이 얼어붙어 닫히지 않은 채 운행되거나 전기 공급 시스템이 망가져 멈춰서는 전동차들이 속출했다. 4일 지하철 1호선 전동차 128대, 5일 오전에만 73대가 출입문이 얼어붙어 정비창 신세를 져야했다. 6일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운행 전동차가 줄면서 경인선 구간 등에는 역마다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코레일은 이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으로 도입하겠다던 ‘열선 장착 전동차’의 도입을 이유 없이 미뤄왔다.

●대책은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작 공무원 등 동원된 인력들은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자왕할 만큼 재해와 재난에 대한 교육·방제 체계가 낙제 수준이었다.”면서 “단순히 사람을 동원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국가 재난방재시스템의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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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최재헌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1-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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