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합창’ 세밑 한국·일본서만 왜 인기일까

베토벤 교향곡 ‘합창’ 세밑 한국·일본서만 왜 인기일까

입력 2009-12-29 12:00
수정 2009-12-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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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감 조성 日군국주의 영향? ‘인류애 메시지’ 연말과 조화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등 내로라하는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제야(除夜) 무대에 이 곡을 올린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정작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의 송년무대에서는 이 곡이 빈번하게 연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합창’이 자주 울려퍼진다는데 그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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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음악계에 따르면 이런 이유를 독일 나치즘에서 찾는 시각이 있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대학 음악과 교수는 “나치는 자국민(게르만 혈통) 우월주의와 전체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독일 출신 작곡가 베토벤의 ‘합창’을 대중 선동(프로파간다)의 도구로 애용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 유럽의 오케스트라들은 연주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영향을 받은 일본 군국주의자들도 국민 일체감 조성을 위해 ‘합창’을 애용했다. 예컨대 징집 명령을 받은 학생들에게 이 곡을 들려주는 식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최근 “일본인이 지금도 합창 교향곡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군국주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후(戰後) 일본 경제의 추락 속에서 일본 오케스트라들은 ‘눈물겨운 생존전략’으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교향악단은 새해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민간 오케스트라들은 이듬해 살림밑천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합창’을 연말 ‘대목’에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관례로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합창’은 해마다 12월25일부터 31일까지 일본에서 하루 평균 다섯 번 이상 연주된다.

즉, 우리나라가 클래식 음악을 미국과 유럽이 아닌, 일본에서 받아들인 만큼 일본의 이런 관례를 그대로 이어받은 측면이 짙다는 지적이다.

연유야 어떻든 세밑 연주곡으로서의 ‘합창’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은 “곡의 4악장 ‘환희의 송가’에는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베토벤이 (곡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인류애”라면서 “연말에 모두가 함께 되새기기에 좋은 주제”라고 강조했다. 극적 피날레(종결부분)도 연말 축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민 교수도 “합창 교향곡이 나치나 일본 군국주의자들에게 악용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엽적인 부분”이라며 섣부른 배척을 경계했다. 이어 “합창은 위대한 작곡가(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이라며 “이런 상징성이 한 해의 마지막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연말에 들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30일 ‘합창’을 연주하는 서울시향 측은 “합창이 워낙 대곡이라 지휘자나 단원들이 한 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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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12-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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