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1번지 서울도심도 불안하다

관광1번지 서울도심도 불안하다

입력 2009-11-18 12:00
수정 2009-11-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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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각지대 남대문시장·명동 르포

한파가 몰아친 16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좁은 골목의 5㎡ 남짓한 옷가게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빈틈 없이 진열된 인조 털코트가 50벌은 족히 넘어 보였다. 낡은 전기배선이나 난로에서 불꽃이라도 튀면 유독 가스와 함께 가게 전체로 불이 번지는 건 불문가지로 보였다. 때마침 4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가게에 들어와 열심히 옷을 고르고 있었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그 흔한 소화기 한 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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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 계단. 내놓은 박스 더미가 화재시 대피로로 쓰이는 계단을 반쯤 막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대문시장의 한 상가 계단. 내놓은 박스 더미가 화재시 대피로로 쓰이는 계단을 반쯤 막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소화기·대피안내 표지판 전무

14일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를 계기로 남대문시장과 명동 등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을 둘러봤다. 연간 510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한국 제1의 관광도시 서울 역시 관광객 화재 안전에는 무방비였다. 골목이 많은 남대문시장이나 명동에는 대피로를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김, 인삼 등 특산품과 일본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패션잡화류를 주로 취급하는 남대문시장은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이 많다. 불이 나면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통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가게마다 내놓은 좌판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은 소방차와 구급차 진입의 장애물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불안한 쇼핑’

명동 쇼핑거리도 마찬가지였다. 골목 입구에 대피 안내 표지판조차 없어 화재가 났을 경우 지리에 어두운 외국인 관광객은 우왕좌왕하다가 참변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다.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 유코(45·여)는 “토요일 아침에 부산 사격장 화재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한국행을 말렸다.”면서 “예정대로 여행을 왔지만 화재사고가 생기면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한국 소방서 번호(119)도 외워 두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열 번 이상 방문했다는 일본인 스기타(47·여)는 “남대문시장·명동·동대문시장을 돌아다녔는데 좁은 길이 많아 불이 나면 위험할 것 같다.”면서 “관광안내소나 공항에서 사고·화재 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피 안내 표지판만이 아니었다. 큰 화재는 보통 소화시설이 부족한 작은 가게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작 영세한 상점들은 소방안전점검 대상도 아니었다. 대형화재를 예방해야 할 소방안전점검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연면적 400~600㎡인 방화관리대상 건물에 대해 2년마다 한 번씩 행하던 정기점검은 2004년 관련법이 폐지되면서 중단됐다.

●정기 소방안전점검 등 대책 시급

중부소방서 예방과 관계자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의무가 없는 연면적 400㎡ 이하의 건물은 소방당국의 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영세한 상점은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대문시장은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연택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가 2010~2012년 한국 방문의 해 홍보에만 매달리고 최우선이 되어야 할 여행객들의 안전 문제에는 소홀했다.”면서 “여행객 안전은 가장 기초적인 사항으로 관광객 안전 교육, 관광시설 안전점검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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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11-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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