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보다 더 독한 백신난

독감보다 더 독한 백신난

입력 2009-10-17 12:00
수정 2009-10-1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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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유행철이지만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서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선 병원과 보건소에서는 재고가 부족해 백신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병원에서는 ‘단골 손님용’으로 백신을 보유했다며 일반 손님을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사는 A(35)씨는 지난 15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독감백신을 맞히기 위해 근처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원장은 “물량이 모자라 단골손님용만 남았다.”며 접종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예방접종을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며칠뒤부터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들이 독감 증상을 보이며 고열에 시달렸다. A씨는 “밤새 끙끙 앓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고 했다. A씨는 이후 한국소비자원, 질병관리본부, 구청 보건의약과 등에 연락해 전날 겪은 상황을 설명했지만 모두 “병원에 잘 얘기해서 접종을 받으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병원 측이 접종을 거부하는 것은 의료법 15조 위반으로 1개월간 영업정지 등 행정조치 및 법적 제재가 가능한 사안이다.

이처럼 손님을 거부하는 현상이 생길 정도로 전국의 독감 백신 재고량이 적은 상황이다. 서울시내 보건소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이외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일선 병원에서 이뤄지는 유료 접종도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30%가량 올랐다. 제주도의 경우 도내 5개 종합병원의 백신 재고가 떨어져 접종을 잠시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올초부터 신종플루 유행이 예상되면서 제약사들이 정기적으로 생산하는 계절 독감백신 대신 신종플루 백신 생산에 집중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영등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원장 B씨는 “독감백신의 재고가 부족할 거라는 예상 때문에 예년보다 20%가량 독감백신을 더 확보했는데도 물량이 달린다. 수요에 대처할 수 없어 예비접종자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여름부터 독감백신이 신종플루 예방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면서 독감백신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났던 것도 최근의 재고 부족에 한몫 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신종플루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계절백신 생산량이 줄었다. 수입을 하고 싶어도 구할 수 있는 백신이 없을 정도”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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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09-10-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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