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값 상승·변호사업계 불황이 부른 ‘상속의 두얼굴’

부동산값 상승·변호사업계 불황이 부른 ‘상속의 두얼굴’

입력 2009-08-28 00:00
수정 2009-08-28 00: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005년 9월 사망한 의사 A(당시 79)씨는 300억원을 유산으로 남겼다. 가족끼리 싸우지 않도록 220억원의 소유권을 죽기 전에 넘겼고, 나머지는 유언에 따라 나누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자녀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재산을 횡령했다고 검찰에 고소하고, 어머니는 아들 2명이 유산을 부당하게 많이 받았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유산을 받지 못한 딸도 남동생을 상대로 유류분반환 소송을 냈다. 법원은 조정 합의를 권고했지만 유족은 거부했다. 법정싸움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식당을 하던 B(41)씨는 사채 빚에 시달리다 지난해 12월 목숨을 끊었다. 빚을 얻어 가게를 냈는데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크게 줄어든 것이 문제였다. B씨의 빚이 도대체 얼마인지도 모르는 아내와 자녀는 지난 3월 법원에 상속포기를 신청했다. 그러자 빚이 다음순위인 B씨 부모에게 넘어갔다.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부모와 B씨 남동생들도 허둥지둥 상속을 포기했다.상속을 둘러싼 가족간 법정다툼이 늘고 있다. 남긴 재산이 많으면 더 받으려고, 남긴 채무가 많으면 안 받으려고 법원을 찾는다. 상속포기 사건은 2002년(1만 973건)부터 꾸준히 늘어나 2006년 1만 6419건에 달했지만 이후 2008년(1만 3733건)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 6월까지 8271건이 접수돼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받은 유산만큼만 부모의 빚을 갚는 한정승인도 올해 6월까지 8939건 접수됐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경기 불황으로 빚이 많은 가정이 늘어나면서 사망한 배우자나 부모의 상속을 포기하는 유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 관련 소송은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상속회복, 상속재산분할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대표적인 상속 소송인 유류분 반환 청구가 2002년 69건에서 2005년 158건, 2008년 295건으로 증가했고 올 7월까지 192건이나 접수됐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가운데 공동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 두어야 하는 재산을 말한다.

상속 소송이 늘어난 이유를 법조계는 부동산 값 상승과 변호사 업계 불황을 들고 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강남에 집 한 채만 상속받아도 몇 십억원이니 가족끼리 소송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소송가액이 수억, 수십억원에 달하고 승소할 가능성도 높아 변호사들의 상속 소송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가족끼리 합의할 수 있는 사건도 변호사가 부추겨 법정까지 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혼가족이 늘어나면서 아버지 유산을 두고 어머니가 다른 자녀들끼리 분쟁하는 경우도 생겼다. 2005년 6월 숨진 C(당시 92)씨는 세 차례 결혼했다. 첫번째 아내 D씨가 결혼 30년 만인 1963년에 숨지자 E씨와 이듬해 재혼했다. 그러나 6년 만에 이혼하고, 80년에 F(63)씨와 다시 결혼했다. C씨가 남긴 재산 68억원을 아내 F씨와 어머니가 다른 두 아들이 받게 됐다. D씨 아들인 장남은 “새어머니 F씨와 동생이 아버지를 협박해 재산의 소유권을 강제로 이전받았다.”고, F씨 등은 “고령인 C씨를 96년부터 정성으로 돌봐 재산을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법적 기준에 따라 F씨에게 30억원, 장남에게 17억원, 차남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9-08-28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