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한단계 끌어올린 ‘햇볕정책’
‘햇볕정책’은 냉전의 마지막 잔재인 한반도에 따뜻한 햇살을 쪼이면서 변화의 길을 모색하려 했다. 남북한은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교류의 접촉 면과 폭을 넓히고 확산시킬 수 있었다. 2000년 정상회담, 장관급 회담 등 각종 당국간 회담을 통해 남북간 긴장을 누끄러뜨리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렇지만 2000년 정상회담을 위한 뭉칫돈 지불과 ‘북한에 대한 저자세’ 논란, ‘남남 갈등’ 시비 속에 우여곡절도 겪었다. 군사·안보 협력의 진전은 없고 경협 및 민간협력을 확대시킨 불균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DJ는 나그네의 두꺼운 외투를 벗게 한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라는 이솝우화를 인용,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화해·협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DJ는 압박이나 강경책은 북한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더욱 대결적이고 폐쇄적으로 몰아갈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는 등 교류협력이 활발해졌고 정상회담 등 각종 당국간 회담이 활성화됐다.
2000년 6월에는 분단 55년만에 첫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6·15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평양에서 두 정상이 맞잡아 들어올린 손은 남북 긴장완화의 진전을 상징했고 향후 교류협력과 긴장완화를 위한 각종 조치들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됐다.
햇볕정책은 교류협력을 늘려 민족 동질성을 회복시키고 북한을 변화시켜 개방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을 깔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의도적 도발에도 유연하게 대처, 긴장 국면은 만들지 않고 남과 북의 교류 기회를 늘려서 민족 동질성을 회복시켜 나가려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8일 “햇볕정책은 냉전해체 이후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한반도와 남북관계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속에서 남북한의 대결구도를 화해협력 구도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뒤이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도 햇볕정책의 연장선에 서 있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2000년 정상회담 대가와 관련, 특검의 칼날을 들이대기도 했다. 이에 따라 DJ측과 노무현 정부는 한때 매우 냉랭했다.
특검은 대가성을 인정했지만 화해·협력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엔 국내적인 공감대와 국제 공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전제를 소홀히 하고 단기주의적 성과 얻기에 흘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개성공단의 운명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또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햇볕정책이 의도한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시비는 그치지 않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도층 수준에서 보면 북한에 큰 변화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다양한 레벨과 수준에서 판단할 때, 특히 일반 기층 국민들의 의식 및 인식 변화를 고려할 때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가 확인된다.”고 햇볕정책에 점수를 주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햇볕정책은 당시 상황에서 소임을 다했지만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고 교류하면 (북한이) 바뀐다는 전제는 달라져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 햇볕정책을 시작했을 때와는 국제환경 및 남북관계의 틀과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의 공과(功過)를 바탕으로 성과를 살리면서 현재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9-08-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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