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끝장 투쟁”… 정부 무대응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20일로 6개월을 맞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족과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정부의 사과와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철거민 이주·생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보상은 재개발조합과 유족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범대위 측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서울광장에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석만 범대위 대변인은 “유족들은 희생자 명예회복 없이 위로금만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 측은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철거민들과 유족들의 생계를 위해 임시상가와 선임차권 제공을 요청한 야 4당의 요구를 다른 세입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거절했다.
접점이 모아지지 않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유족 및 범대위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범대위 측 관계자는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우리가 먼저) 요구조건을 낮출 순 없지만 협상을 통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며 중재를 촉구했다.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극한투쟁의 원인이 됐던 재개발 관련법 개정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입자들의 보상 및 퇴거 관련 조항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49조에 따르면 보상여부와 관계없이 조합이 관할관청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기만 하면 세입자들의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이 진행되는 상가 세입자들은 마땅한 생계 대책 없이 점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정부는 지난달 철거민이 정당한 영업보상비를 받지 못할 경우 강제퇴거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을 담은 도정법 일부개정안을 공포해 11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른 4개월치(기존 3개월치에서 개정) 휴업보상비만 지불하면 언제든 퇴거를 명령할 수 있다. 영세상인들은 보상비가 2000만~3000만원 정도인데 권리금이나 초기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현실적인 재정착 비용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개발로 이주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임시상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에 대한 법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 이르기 전 사업시행을 담당하는 조합과 세입자 간에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합은 기존 점포 감정가를 낮춰 보상비를 줄이려 하고 세입자들은 보상 조건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해 보다 많은 돈을 받으려고 한다.
재개발 사업은 국가의 책임이므로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재개발 조합에 대한 명확한 지도·감독, 행정청의 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건형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09-07-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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