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유출 도마 오른 학원가] “교육당국 통해 문제 입수 가능” 버젓이 홍보

[문제유출 도마 오른 학원가] “교육당국 통해 문제 입수 가능” 버젓이 홍보

입력 2009-07-07 00:00
수정 2009-07-0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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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마다 시험지 쟁탈전

3월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가 EBS 외주제작사 PD를 통해 학원가에 사전 유출된 것과 관련, 6일 교육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오는 대로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관리를 소홀히 한 EBS 측을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2000년 이후 기승

이후 수능이 대입 합격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시험지 유출 및 데이터베이스화가 성행했다. 학원들은 ‘족집게 강의’를 내걸고 최신 시험문제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실제로 성적이 오른 수강생들을 내세워 학원 마케팅까지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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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학원의 불법, 편법 영업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이 지급된다. 사진은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이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7일부터 학원의 불법, 편법 영업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이 지급된다. 사진은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이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시험관리 주체인 학교나 교육청과의 은밀한 유착관계를 홍보수단으로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에 앞서 학생들 사이에선 시험지가 사전 유출된 것 같다는 소문이 일부 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학윤 부회장은 “강남지역 여고에 다니는 고3 딸의 말로는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서 ‘3월 모의고사 전에 교육당국과 정보를 주고받아 사전에 문제를 알 수 있다. 시험에 철저히 대비시켜 주겠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그 학원 학생들이 대비 문제를 본 뒤 모의고사를 치르니 거의 유사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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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신시험도 다르지 않다. 대치동, 목동 일대에서 족집게 강의를 선전하는 학원들이 미리 유출된 시험지를 조금 변형시킨 선에서 강의해온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원일 정책간사는 “시험문제를 만든 당사자인 교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복기를 해서라도 문제를 빼낼 수 있다.”면서 “학원들의 로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교사 양심에 맡기는 것만으론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처벌은 솜방망이

시험문제 유출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엄청나지만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시험문제 유출의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되지만 제대로 처벌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당시 해당 교장, 교감은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쳤을 뿐이다.

내신성적을 신뢰하지 않는 대학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강남 한 고교의 고3 담임은 “상위권 대학들이 수시모집 때 해당 시·도 교육청을 통해 고3 모의고사 성적을 확보한다는 소문이 진학담당 교사들 사이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내신성적을 불신하는 대학이 학생선발을 위해 수능 최저등급과 더불어 고3 모의고사 성적까지 자료로 쓴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교육 시장에선 문제지를 빼돌려서라도 수강생들의 모의고사 성적을 올려주려는 ‘족집게 강의’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학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과열 경쟁이 붙은 탓도 있다. 전국 보습학원 수는 2002년 1만 6600여개에서 2007년 3만여개로 5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수능방송을 이유로 권한만 떠안은 EBS의 제작구조상 문제도 지적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EBS PD 25명 중 4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다 계약직”이라면서 “제작여건상 그 4명이 중요한 자료들을 아무 제한 없이 계약직에게 넘겨준다.”고 짚었다. 파급력이 큰 방송을 제작하면서 보안, 권한상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게 시험지 유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석모(55)씨는 “EBS 수능방송이 사교육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는데 오히려 학원 사장과 짬짜미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연 박창규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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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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