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서강대총장 퇴임 소회
“좋은 자원을 투자해 최상의 성과를 거두는 기업의 경영원리를 대학에도 적용했다.”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11일 퇴임을 보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의 복잡한 의사결정시스템에 한동안 적응을 못했지만 기업 경영 개념을 도입해 학사 혁신을 이룬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취임 당시 신부가 아닌 전문 경영인 출신의 첫 총장으로 주목을 받았던 손 총장은 “기업에 있을 때는 ‘불량 인재’를 양산하고 ‘애프터서비스’도 해주지 않는 대학에 불만이 많았다.”면서도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열악한 재정과 비효율적인 성과 관리가 그 원인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변화속도가 시속 100마일이라면 한국 대학은 시속 2~3마일에 불과하다.”며 대학 스스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재임 중에 MBO(Management by objective·목표 관리)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각 학부 대학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1년 뒤 달성 정도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학사 혁신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수 안식년을 연구년으로 바꾸고 연구성과와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재임용과 승진에 반영하도록 했다.
연구공간과 강의실 확보를 위해 캠퍼스에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유치하는 등 최고경영자(CEO) 총장다운 행보도 보였다.
하지만 손 총장의 저돌적인 개혁 추진은 걸림돌도 적지 않았다.
손 총장은 “기업의 신속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에 익숙했던 저로서는 교수, 학생, 교직원 등 학내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교수협의회, 이사회 등 다단계의 승인이 있어야 정책을 펼 수 있는 대학 시스템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 놨다.
학내 상업화 논란을 불러 일으킨 홈플러스 유치가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서강대가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개혁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손 총장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 모든 대학들의 지상과제라고 역설했다. 대학 자율화와 국가 재정지원을 선행조건으로 꼽았다.
손 총장은 “인재선발 방식부터 교육부의 통제를 받는 한국 대학은 손발이 묶인 채 링 위에 오르는 권투선수와 같다.”면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외국대학과 경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불러 주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할 것”이라면서 “서강대에서 행복했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퇴임 소회를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06-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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