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이민사 104년만에 ‘애니깽’ 첫 국내 대학 진학

멕시코 이민사 104년만에 ‘애니깽’ 첫 국내 대학 진학

입력 2009-04-15 00:00
수정 2009-04-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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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마헬리 나 씨 내년 인천대 입학

“가슴속 깊이 그려 왔던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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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깽’(선인장의 일종)으로 불려온 멕시코 노동이민자의 후손이 멕시코 노동이민사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대학에 입학한다. 주인공은 마헬리 나(19·여)씨. 나씨는 내년 3월부터 인천대 무역학부에서 공부하게 됐다. 지금은 경희대 어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나씨는 구한말에 돈을 벌기 위해 멕시코 선인장 농장으로 이민을 떠난 조선인 4세대다. 14일 나씨에 따르면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당시 나씨 성을 가진 증조부가 멕시코로 처음 건너 갔다.”고 말했다.

나씨가 고국에서 대학생이 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선교사 김무선(71)씨의 공이 컸다. 1977년 도미한 김씨는 1996년 우연히 애니깽 후손들의 열악한 사정을 듣고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건너갔다. 현재 멕시코에는 4만여명의 이민자 후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가 본 이민자 후손들의 생활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했다. 비가 새는 움막에서 돼지 등 가축과 함께 생활하는가 하면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김씨는 “일제 강점기 때 끼니를 굶어 모은 돈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애니깽의 후손들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현실에 눈물이 났다.”면서 “이들에게는 물질적 지원보다 교육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후손들의 부모들은 선인장 농장에서 일하다가 6년 전부터 농장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대부분 벽돌을 나르거나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씨는 1999년 유카탄 현지에 ‘무지개학교’를 설립했다. 한인 27명을 모아 우리말과 글, 노래, 태권도 등 한국 문화를 가르쳤다. 김씨는 “마헬리 나는 전교생 중 학업성적도 가장 뛰어났고 의지도 강한 학생이었다.”면서 “우수한 학생들을 한국에서 교육시켜 그들이 다시 이민자 후손들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씨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유학을 주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씨는 유카탄 반도의 중심도시인 메리다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인천시의 주선으로 인천대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학비와 생활비는 기업은행이 1년에 120 0만원씩 향후 5년 동안 지원해 주기로 했다. 2년 전 기업은행측의 멕시코 방문 때 김씨가 가이드를 맡았던 게 인연이 됐다고 한다. 나씨는 “공부를 마친 뒤 멕시코로 돌아가 한국의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핏줄임을 잊지 말고 가난에 시달리는 동포들에게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09-04-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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