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바이러스 2009] 송파구 가락1동協 노인봉사 ‘사랑의 자장면’

[나눔 바이러스 2009] 송파구 가락1동協 노인봉사 ‘사랑의 자장면’

입력 2009-04-07 00:00
수정 2009-04-0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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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가락1동 시영아파트 단지 안 경로당에 마련된 야외 주방. 파란색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자장을 볶고 탕수육을 튀기는 손놀림이 바쁘다.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 최인범(57)씨와 그의 옆에서 음식준비를 돕는 ‘20년지기’ 강송민(55)씨의 이마에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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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가락1동바르게살기협의회 강송민(왼쪽) 위원장과 20년지기 친구 최인범씨가 노인들에게 대접할 자장면을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송파구 제공
서울 송파구 가락1동바르게살기협의회 강송민(왼쪽) 위원장과 20년지기 친구 최인범씨가 노인들에게 대접할 자장면을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송파구 제공
“평소에는 그렇게 사람 좋던 친구가 요리할 때만 되면 그런 ‘독사’가 없어요. ‘손 씻어라.’ ‘조심해서 다뤄라.’ ‘정성껏 만들어라.’… 어찌나 잔소리가 심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깐.”

강씨의 익살 섞인 푸념이 정겹게 느껴진다. 가락1동바르게살기협의회가 마련한 ‘노인봉사의 날’에 자장면만 무려 300그릇을 만들었다.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어르신들은 “세상에서 제일 맛난 자장면을 맛봤다.”며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가락1동협의회가 자장면 봉사를 시작한 것은 4년 전. 아파트 상가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던 강씨가 새로 협의회 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지역사회에 봉사할 것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강씨는 같은 상가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던 친구 최씨를 찾아 아이디어를 구했다. 당시 최씨는 “가난이 싫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16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해도 돈이 없어 울먹였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며 곧바로 친구를 도와 음식 나눔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노인들에겐 자장면도 귀한 음식”

현재 가락1동협의회는 외식 한 번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지역 노인들을 찾아 매년 두세 차례씩 나눔 활동에 나선다. 활동 기간이 다가오면 식재료를 준비하느라 1주일 가까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럼에도 최씨나 강씨 모두 이 정도 경제적 손해는 봉사의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크게 웃는다. 강씨는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5000원짜리 자장면도 몇달간의 용돈을 모아야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며 “어르신들이 우리가 만든 자장면과 탕수육을 남김없이 비워 주실 때 코끝 찡한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원 10여명… 지역주민 참여 절실

이들이 사는 시영아파트는 6600여가구나 되는 초대형 단지지만 정작 협의회에 몸담고 있는 회원들은 10여명에 불과하다. ‘협의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 강씨는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이미 1100가구 정도가 집을 비웠고, 남은 주민들도 80% 정도가 세입자여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예전만 못하다.”며 아쉬워한다.

이들이 한 차례 봉사에 나서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300만원이 든다. 그동안 자원봉사자의 회비와 지역주민들의 후원 등으로 마련해왔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모든 후원이 끊겨 지금은 필요 경비 대부분을 회원들의 주머니에서 꺼내 쓴다.

지난해 최씨가 운영하던 중국집이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등 그야말로 ‘내 코가 석자’인 상황. 그래도 최씨와 강씨는 20년을 쌓아온 우정만큼이나 찰지게 ‘사랑의 자장면’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송파구 홍보담당 김지현(29·여)씨는 “요즘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작은 나눔이 이웃에 더욱 큰 힘이 된다.”면서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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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9-04-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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