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로스쿨](하) 불신의 벽 넘기

[길잃은 로스쿨](하) 불신의 벽 넘기

입력 2009-03-07 00:00
수정 2009-03-0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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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스쿨’ 귀족화 막고 사회 공익성 담보해야

2007년 대학 졸업 후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2년 동안 사법시험에 매달려 왔던 최모(27)씨는 어려운 결심과 노력으로 선택한 로스쿨을 끝내 포기했다. 문제는 학기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학비였다.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이 있기는 했지만 로스쿨을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최씨는 차라리 사법시험에 매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씨는 “내게 로스쿨은 ‘빚스쿨’”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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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대학들 예비시험제 요구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전국 50여개 법과대학들이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자만으로 제한하는 것에 반발해 예비시험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예비시험이란 로스쿨에 다니지 않은 지원자들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 위해 치러지는 시험이다.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공동회장인 동국대 정용상 학장은 6일 “로스쿨은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가 진학하기 어렵고 특정 대학 출신이 대거 몰리면서 학벌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로스쿨 졸업자에게만 법조계 진출 관문을 열어둠으로써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양성이 로스쿨 체제로 전환되면 기존 사법시험 체제가 가지고 있던 신분상승의 기회라는 사회적 기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로스쿨이 학기 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등록금을 책정해 로스쿨이 아니라 ‘돈스쿨’, ‘골드스쿨’ 이라는 오명을 덮어 썼다. 또 3월 개강 이후에도 설립인가 당시 제출했던 장학금 지급 비율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각 로스쿨들이 공개를 거부했지만 등록금 부담으로 최씨와 같이 등록을 포기한 신입생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로스쿨 출범의 산파역할을 했던 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단장 김선수 변호사는 “사법시험이 지녔던 모든 폐단이 그대로 부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예비시험은 대안이 아니다.”면서 “소외계층 및 농어촌 특별전형, 지역발전 연계 장학금 등 다양한 방법을 로스쿨 스스로 제시해 귀족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된 뒤 그 지역에서 5년 동안 공익법무를 맡으면 등록금을 면제하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귀족화를 막고 지역균형발전의 취지까지 살릴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법률서비스 관점서 봐야”

로스쿨 및 변호사 시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결국 복잡한 이해득실의 계산 위에서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국장은 “기존 변호사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시험을 어렵게, 반면 로스쿨들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쉽게,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들은 법과대학의 존재근거의 예비시험을 내세우는 형국” 이라면서 “각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대국민 법률 서비스의 제고를 위한 관점에서 문제를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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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09-03-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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