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낳은 직장인 신풍속도

불황이 낳은 직장인 신풍속도

입력 2009-02-28 00:00
수정 2009-02-2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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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들의 직장 생활이 퍽퍽하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깎였는데 이마저도 나누자는 무언의 압력이 상당하다. 돈 나올 곳은 더 줄었다. 알토란 같던 연월차 수당은 시나브로 사라진다. 휴가 내고 출근하는 분위기다. ‘근태’도 깐깐해졌다. 출근은 빨라졌고, 퇴근 시간은 늦춰졌다. 근무 시간엔 자리 비우기가 무섭다. 다닐 직장이라도 있으니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2009년 2월 샐러리맨들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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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휴가 - 출근은 당연·수당은 무슨

기업마다 ‘서류 휴가’가 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 직장인들이 인건비 절약을 위해 스스로 몸을 낮춘 결과다. 서류 휴가가 대기업으로 확산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전산 휴가’라고 부른다. 2월은 연월차 휴가를 쓸 수 있는 마지막 달이어서 사무실마다 넘쳐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는 안승훈(가명) 부장. 그는 연월차 휴가 기간인 이번주에도 출근했다. 이달에만 연월차 휴가 열흘을 소진했다. 지난해는 연월차 수당을 짭짤하게 챙겼지만 요즘 시기에 휴가를 가기도, 수당을 받기도 눈치가 보였다. 그는 결국 내부 전산망에 휴가계획서를 올려놓고, 출근하는 길을 택했다. 다음 달에도 포상 휴가(7일)를 전산 휴가로 처리할 계획이다. 이 회사에서만 간부급 직원 수백명이 이같은 방법으로 남은 휴가를 소진한다.

안 부장은 “누가 뭐라고 안 해도 알아서 전산 휴가를 선택하고 있다.”면서 “이것 저것 챙기면 승진고과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해서, 다들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이승훈(가명) 차장도 “생산직과 달리 사무직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나선 것이지만 윗선도 내심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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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기부 - 내키진 않지만 눈치 보여

서울시 A구청 강선민(가명·8급)씨는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부금을 내기로 했지만 좀 씁쓸하다. 기부금이 아깝다기보다 ‘몰아가는 분위기’가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5급 이상 서울시 공무원들은 직급에 따라 월급의 1~5%를 기부금으로 내고, 6급 아래는 자율적으로 기부한다. 강씨는 “내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내요. 눈치가 보이는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이어 “어려운 경제 극복에 동참도 중요하지만 각종 수당은 깎이고, 눈치 볼 일은 점점 많아지고, 이래저래 힘들다.”며 허탈해했다.

정부의 ‘월급 나누기’ 캠페인을 지켜보는 대기업 직원들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임금삭감 바람에 이어 ‘기부 운동’도 확산될 것으로 보여서다. 이미 임금의 10%를 내놓는 대기업 임원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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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점심’- 구내식당서 ‘뚝딱’ 자리 지키자

요즘 기업 구내식당이 성황이다. 얇아진 지갑 탓도 있지만 점심을 빨리 먹을 수 있어서다. 일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자리를 일찍 떠야 하고, 돌아오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다. 혹시라도 사무실에 늦게 돌아오면 괜히 미안해진다. B기업에 다니는 강지영(가명)씨는 “사내에서 정리해고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데 근태를 우선 신경쓸 수밖에 없다.”면서 “사무실을 지키는 것이 일종의 업무로 여겨지는 현실”이라며 답답해했다. C구청의 공무원들은 퇴근 시간이 오후 8~9시다. 당연히 오후 6시에 퇴근해야 하지만 근무기강 확립 차원에서 자리를 지킨다. 김오선(가명)씨는 “특별한 업무가 있어서가 아니라 윗선에서 8시 전에는 퇴근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한 술 더 떠 많은 이들이 오후 9시쯤에 퇴근한다.”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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