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추모] 가족·측근이 본 ‘인간’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 추모] 가족·측근이 본 ‘인간’ 추기경

입력 2009-02-18 00:00
수정 2009-02-18 00:1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가족모임 땐 대중가요 ‘만남’ ‘사랑으로’ 애창”

성직자가 아닌 사인(私人)으로서 김수환 추기경은 어땠을까. 가족은 물론이고 김 추기경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동료·후배들은 “청빈하고 자상한 추기경의 모습 그대로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지 확대
1995년 가톨릭대학에서 열린 열린음악회에서 ‘애모’를 열창하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 공식석상에서 처음 가요를 불러 청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1995년 가톨릭대학에서 열린 열린음악회에서 ‘애모’를 열창하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 공식석상에서 처음 가요를 불러 청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조카 아들 “유명하지만 가난하셨던 할아버지”

김 추기경 조카의 아들인 김형중(29·LG전자 근무)씨가 기억하는 추기경 할아버지는 엄격하지만 자상한 존재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취업했을 때 할아버지가 혜화동 주교관으로 나를 불렀어요. 자주 뵙지 못했는데도 내가 무슨 공부를 했는지 하나하나 다 알고 계셨어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김 추기경의 형 김동한 신부(1983년 작고)를 닮아 김 추기경이 가장 예뻐한 손자가 바로 김씨였다고 한다.
이미지 확대
가족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2006년 설날 큰형의 셋째 아들(조카)인 김병무(맨 왼쪽·59)씨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가족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2006년 설날 큰형의 셋째 아들(조카)인 김병무(맨 왼쪽·59)씨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김 추기경은 가족들과 일년에 세 번 정도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자상하고 유머 넘치는 여느 할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미지 확대
형제 1951년 군종 신부로 입대하는 형 김동한 신부와 찍은 사진. 김 추기경은 혈육의 정이 깊었던 김동한 신부가 1983년 선종하자 그의 방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형제
1951년 군종 신부로 입대하는 형 김동한 신부와 찍은 사진. 김 추기경은 혈육의 정이 깊었던 김동한 신부가 1983년 선종하자 그의 방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이면 자신의 애창곡인 ‘만남’, ‘사랑으로’, ‘애모’ 등 대중가요도 즐겨 불렀다. 매년 설날에는 가족들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세뱃돈으로 딱 1만원씩 줬는데 외환위기 때는 5000원만 줬다. 청빈한 성직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김 추기경은 가족들에게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을 내내 안타까워했다. “할아버지는 유명하셨지만 가난한 분이셨어요. 대학 내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나를 할아버지는 대견해하면서도 애틋하게 여기셨어요.”라고 김씨는 말했다.

지난해 10월 호흡곤란이 와 큰 위기가 닥쳤을 무렵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김 추기경이 가장 먼저 바라본 것도 김씨였다. 김 추기경은 “우리 손자 왔구나. 이 아이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한다. 이 불황에 취직도 했다.”며 김씨를 주위 사제들에게 소개시켜 줬다. “온 가족 소집명령이 떨어져 병실에 갔더니 할아버지가 누워 계셨어요. 할아버지 손을 잡고 ‘형중이 왔어요.’라고 말하니 눈을 뜨셨어요. 그때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씨의 아버지 김병무(김 추기경 큰형의 3남)씨는 “삼촌은 평소 소신대로 엄격한 종교인의 가치관을 가족에게도 적용하셨고, 가족이라고 더 챙겨주시거나 특별한 도움을 주시진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천지에서 199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백두산 천지에 오른 김수환 추기경. 구름 낀 천지를 보며 하느님께서 인간과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천지에서
199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백두산 천지에 오른 김수환 추기경. 구름 낀 천지를 보며 하느님께서 인간과 숨바꼭질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중학 동창 “공부 열심히 했던 성실한 친구”

김 추기경과 중학교 때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최익철(86·1999년 은퇴) 신부는 “공부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한반에서 공부했지만 전쟁 때문에 태평양 쪽으로 나가 있었던 김 추기경은 늦게 돌아와 나보다 1년 늦게 서품을 받았다.”면서 “기숙사에서 성실히 공부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담당 간호사 “주변사람을 늘 웃게 하신 환자”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추기경을 간호한 홍현자(눈시아마리아) 간호수녀팀장은 “마음이 깊으시고 유머감각도 남다르셔서 주변 사람을 늘 웃게 하셨다. 이번 설날에 간호사들에게 세뱃돈도 줘 웃음을 자아냈다.”고 말했다.

김민희 최재헌기자 haru@seoul.co.kr
2009-02-18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