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공습’으로 비탄에 잠긴 이태원 이슬람사원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한 무슬림이 9일 서울 이태원 이슬람 사원에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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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어른은 아이처럼 울었다. 숨 죽여 참으려 해도 어깨가 떨렸다. “샬람…샬람….” 입으로는 계속 같은 말을 외고 있었다. 우리말로 ‘평화’다. 예배에 집중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눈앞에 가족 모습이 맴돌았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며칠 전 폭격으로 숨진 사촌 동생의 얼굴…. 앞니 빠진 7살 사촌 동생은 웃는 모습이 예뻤었다. 축구공 가지러 나갔던 아이는 예상 못한 공습으로 형체도 안 남았다고 했다. “알라…. 알라여, 왜 그 착한 아이를 데려가셨습니까.” 팔레스타인에서 온 유학생 마나르(30)는 무너지듯 절하며 독백했다. 9일 오후 1시 서울 이태원 이슬람 사원의 오후 예배 시간이었다.
이슬람 신도들은 매주 금요일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날 오후 예배에도 신도 800명 정도가 참석했다. 원래 금요일은 “타향에 사는 형제들이 만나는 축제 같은 날”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모여든 신도들은 표정이 어두웠다. “앗살람 알라이쿰(당신의 평화를 바랍니다.)” 인사말을 평소보다 천천히 반복했다.
한 번씩 더 껴안고 어깨도 몇번씩 두들겼다. “형제여, 힘을 냅시다.” 여기저기서 격려 소리가 들렸다. 지난달 말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때문이었다.
대부분 “고통받는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러 왔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인 카디르(38)는 “내 형제, 내 자매가 대낮에 공습으로 죽어가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태원에서 옷수선일을 하는 그는 공습 시작 뒤 매일 다섯 번씩 사원을 찾는다. “멀리 있는 형제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신도들은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평화”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인 빌랄(35)은 “음식을 위한 평화, 구호품을 위한 평화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상이면 족하다.”고 했다.
예배를 마친 마나르는 한국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지원이나 구호활동보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 주세요. 지금은 그게 더 필요합니다.” 마나르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09-01-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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