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이들에게도 희망이…] “高1 딸이 하느님 미워질 것 같대요”

[새해엔 이들에게도 희망이…] “高1 딸이 하느님 미워질 것 같대요”

입력 2008-12-25 00:00
수정 2008-12-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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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병원 비정규직 100일째 농성

울긋불긋한 트리 장식이 넘실댄 24일 서울 반포동의 강남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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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간호보조원들이 24일 병원에서 성탄미사를 드리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간호보조원들이 24일 병원에서 성탄미사를 드리고 있다.
병원 정문 성모마리아상 옆에선 들뜬 분위기와 동떨어진 이들의 크리스마스 행사가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차가운 맨바닥에서 성탄 미사를 올린 이들은 8명의 간호보조 노동자들.늦더위가 한창이던 9월17일 병원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이래 이날로 99일째를 맞았다.크리스마스인 25일 꼭 100일이 된다.미사에는 호인수 신부의 집전 아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회원 90여명이 함께 했다.

김세영(28·여)씨는 “지난해 이브 땐 야간근무하느라 밤을 새웠죠.고돼도 처치기구를 소독하고 환자 시트를 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했다.“환자들,자원봉사하는 신자들이 힘내라고 갖다준 음료수와 빵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이 병원 간호보조 노동자 28명은 지난 9월 병원으로부터 일방 통고를 받았다.2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파견업체 소속으로 신분을 바꿀지 병원을 그만둘지 선택하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였다.8명은 제3의 선택,병원에 ‘맞서는 쪽’을 택했다.박정화(46·여)씨는 “고1인 딸아이가 ‘크리스마스 때까지 안 끝나면 하느님이 미울 것 같다.’고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한달 전 애들이 크리스마스 때 놀러가자며 조를 때만 해도 ‘그때까진 끝나겠지.’ 하는 희망을 품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기간제(계약직) 근로자 고용 후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다.위반시 과태료를 물면 그만이기 때문에 병원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

8명의 노조원들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병원이 약자들의 짐을 덜어주는 데 인색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이날 밤 이들은 투쟁 100일을 기념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고 내년 크리스마스를 기약했다.같은 시각 병원 로비에선 병원 직원과 환자들을 위한 성탄 성가가 울려퍼졌다.



글 사진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08-12-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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