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의 비애

‘슈퍼맨’의 비애

장형우 기자
입력 2008-08-22 00:00
수정 2008-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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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나이트클럽 화재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3명의 소방관을 비롯해 소방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화재·수해 등 각종 재난 현장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구난에 나서고 있다.

현직 소방관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2교대 근무 시스템이다.24시간을 일하고 24시간을 쉬는 현재의 근무 시스템으로는 소방관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실시한 특수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방관의 34%인 1만여명이 건강관리가 필요한 C나 D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은 2교대 근무에 따른 불규칙한 생활로 고혈압과 간질환,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21일 “현재 소방관 근무환경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별도 건강검진이 시행된다면 건강관리 대상자 비율은 일반 근로자의 1.4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40시간 시간외 근무… 수당은 70여시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소방안전센터 근무자 1만 1787명 가운데 2.4%(292명)만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948년 내무부 치안국 소방과가 설치된 이후 실시된 2교대 근무체제가 60년 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방직 공무원 신분인 소방관의 급여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서 지급된다. 한 달 평균 140시간의 시간외 근무를 하는 소방관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시간외 근무 수당은 72∼80시간 정도로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열악한 지방재정 탓에 인력 수급이 원활치 않고,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2교대로 140시간의 초과 근무를 할 수밖에 없으며, 수당규정과 지방재정 여건 때문에 이마저도 제대로 보상해 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재직 중 숨진 204명의 소방공무원 가운데 구조나 구급 또는 훈련과정에서 숨진 사람은 47명이다. 재난구조 현장은 아니지만 업무 중 사망해 순직인정을 받은 일반 순직자는 52명, 근무와 직접적 관련없이 사망해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일반 사망자는 105명이다. 한 소방관은 “평소 과중한 업무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받다 죽으면 순직이 아니다.”면서 “동료들끼리 ‘어떻게든 현장에서 죽어야 남은 가족들에게 덜 미안하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하곤 한다.”고 전했다.

경찰 “나이트클럽 화재 누전·합선 가능성”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21일 나이트클럽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실시했으며, 경찰은 침입흔적이 없어 누전이나 합선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건물 구조변경이나 증축 과정에서의 불법, 화재 안전진단 소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나이트클럽 업주와 건물주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08-08-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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