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쟁에 시달리더라도 사회문제의식·관점 넓혀라”
“제 정치학의 출발점은 한국 그리고 서울이었습니다.”20일 현직으로 마지막 강의를 한 최장집(65)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에 기반한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의는 이 대학 인촌기념관에서 ‘한국의 정치와 나의 정치학’이란 주제로 열렸다.1200여명의 학생, 동료학자, 독자들이 석학의 현직에서의 마지막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했다.
최 교수는 이 자리에서 40년 남짓 연구해 온 정치학과 한국정치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학문적으로 한국 현실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과거 권위주의 시기, 민주화, 그 이후의 민주주의, 그리고 현재의 촛불시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고 많은 비판자들을 대면했다.”고 돌아봤다. 최 교수는 이런 자신의 정치학을 ‘현실비판적 정치학´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최근 벌어진 촛불시위를 “민주화 이후 선거, 정당, 자율적 결사체, 참여, 대표의 원리 등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라고 해석하고 “정당정치의 복원과 활성화를 중심으로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강력한 국가-약한 시민사회’의 구조가 재생산되면서 노동자·농민 등 하층을 배제한 상층편향적 대표체제가 지속돼 왔다.”면서 “운동세력들은 이제 정당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적 정치생활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좋은 정당이 좋은 리더십을 훈련하고 양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좋은 정당이 정치를 통해 전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를 막아야 한다.”면서 “그러할 때 인간적·사회적 가치들이 다시 강조돼 발현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정치 혼란의 원인을 정당정치의 문제에서 찾아온 그의 이론적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1983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같은 해 9월 고려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최 교수는 한국정치연구회 회장, 학술단체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지냈다. 냉전반공주의의 극복, 정당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실행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한 그는 한국 정치학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98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최 교수는 보수언론의 색깔론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주제였던 해방 후 이념대립, 권위주의, 노동과 호남배제 문제 등을 다루다 보니 ‘운동권’,‘친북좌경’,‘좌파’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내가 급진적인가를 스스로 되묻곤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교수는 취업경쟁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는 게 바람직할지도 모르지만,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점을 넓혀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하는 것으로 강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임 후 최 교수는 고려대 명예교수로 활동하며, 미국 스탠퍼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한 학기씩 한국 정치에 관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08-06-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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