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갛게 타오르다

더 빨갛게 타오르다

김정한 기자
입력 2008-05-30 00:00
수정 2008-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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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고시 국민 설득 못해… 서울·부산 등 전국 12곳서 사상최대 촛불행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새 위생조건을 담은 장관 고시가 발표된 29일 전국은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 수만명의 촛불 대행진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장관 고시를 발표하며 정부 측이 내세운 수입조건 강화 논리가 전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셈이 됐다.

●일부 시민 청와대行 저지 당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일제히 개최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 고시강행 국민심판 촛불문화제’에는 2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였다. 서울에서는 1만여명(경찰 추산·집회측 추산 2만여명)이 촛불을 들었으며 오후 8시30분쯤부터는 서울광장을 나와 명동∼종각∼종로∼을지로∼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로 가자.”며 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동십자각까지 진출했다가 경찰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이후 23번째 만에 최대 규모였으며 주최 측에 의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시민들은 ‘고시 철회’,‘협상 무효’ 등을 외쳤고 일부에선 중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에 돌아오지 마라.”는 격한 표현을 했다.

서울광장에는 정부의 수입고시 발표를 보고 처음 집회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많았다. 서울 쌍림동에서 왔다는 주부 이진이(39)씨는 “집에서 TV로만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수입고시 발표를 보고 우리나라가 주권도, 아이들의 먹거리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속이 상해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데리고 처음 촛불집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딸 둘과 함께 역시 처음 나왔다는 초등학교 교사 한모(33·여)씨도 “정부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수입고시를 강행하는 데다 교육 당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살코기는 100% 안전하다며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이라는 지침을 내리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내 아이들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봐서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TV발표 본 뒤 자녀와 함께 현장으로

다양한 세대의 시민들이 현장을 찾았고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민주화운동 실천가족협의회 회원 14명과 함께 나온 송유호(55)씨도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촛불문화제에 더 호응해야 한다 싶어 이 자리를 찾았다.”면서 “경찰의 폭력 대응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영어 교사 마그다(24·여)씨는 “먹거리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게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 제일은행 앞에서도 20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권진현(43)씨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서울에 105개 중대 1만여명의 경력을 배치했고 전국적으로도 120여개 중대를 대기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이날 거리행진 연행자 106명을 전원 석방키로 결정했다. 검찰은 일선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는 106명 중 1명은 훈방하고 17명을 즉심에 회부했으며 나머지 88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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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김정은 장형우 황비웅·부산 김정한기자 kimje@seoul.co.kr
2008-05-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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