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들 ‘자발적 연행’… 경찰 난감

촛불들 ‘자발적 연행’… 경찰 난감

김정은 기자
입력 2008-05-29 00:00
수정 2008-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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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 사이에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는 식의 비폭력 저항운동이 일고 있다. 공안대책협의회까지 열며 폭력 시위와 ‘배후 세력’에 강경 대응하겠다던 검·경이 되레 머쓱해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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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방지 나선 예비역들 28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예비역들이 경찰과의 충돌을 막기위해 시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충돌방지 나선 예비역들
28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예비역들이 경찰과의 충돌을 막기위해 시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28일 새벽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거리행진 끝에 체포된 113명의 시민들은 경찰이 체포작전에 들어가자 대부분 아무런 반항 없이 경찰 버스에 순순히 올랐다. 수원에서 왔다는 이동익씨는 “이 시대가 이걸 필요로 한다면 가야 한다. 우리 집회는 불법이 아니었고 평화로운 행진이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하다.”며 미소를 지은 채 체포에 응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체포’ 운동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 ‘빨래’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함께해요 닭장차 투어’라는 제목으로 제안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아이디 ‘센친구’는 댓글에서 “경찰도 내 아들 내 형제인데 싸우지 말자. 웃으며 경찰서를 꽉꽉 채워서 ‘내가 바로 배후조종자’라고 말해주자. 평화집회, 평화연행 문화를 만들자.”고 했다.

연행되지 않은 시민들도 적극 호응했다. 이날 거리행진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영훈(45)씨는 “정부가 탄압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될 것”이라면서 “나도 젊은 친구들이 자랑스러워 처음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서 유치장이 마냥 넓은 것도 아니고 저렇게 모두 붙잡히겠다고 나서면 경찰로선 난감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배후 세력’ 수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1,2차 연행자 76명 모두를 불구속 입건토록 수사지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연행자가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설이 있었지만, 검거 과정에서의 몸싸움 정도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는 힘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런 조치는 연행자 대부분이 자발적인 단순가담자로 당국이 수차례 엄단 방침을 밝힌 ‘배후 세력’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추가 연행자 역시 이들과 가담 정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무더기 연행→무더기 석방’의 수순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검·경이 쫓는 ‘배후’의 실체도 명확하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반정부 구호가 나오는 등 심상치 않기 때문에 배후가 있는지, 반체제 세력이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것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배후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기껏해야 도로를 점거한 참여자를 연행하는 것인데, 이는 더 이상 사태가 커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귀띔했다. 경찰청 실무자도 “주동자 위주로 채증하는데, 실제 연행된 사람들은 ‘그만하고 가자.’고 해도 말을 듣지 않다가 붙잡힌 것”이라면서 “채증한 인물과 연행자가 달라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밤 청계광장에는 3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21번째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광화문 거리 진입을 우려한 경찰이 인근 인도와 차도를 봉쇄했지만 밤 11시쯤 시민 1500명이 한국은행 앞 차도에 진입해 행진했다. 경찰은 27일 연행된 29명의 시민 중 2명을 훈방하고 4명을 즉결심판에 회부했으며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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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이재훈 김정은기자 nomad@seoul.co.kr
2008-05-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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