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헬기 추락] 기체 용문산에 구겨진 채 두동강

[육군 헬기 추락] 기체 용문산에 구겨진 채 두동강

김정은 기자
입력 2008-02-21 00:00
수정 200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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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로 돌아가면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긴급 출동의 피로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새벽 1시10분쯤. 헬기가 갑자기 흔들렸다. 짙은 안개 속 45도 각도로 추락하는 순간, 그들의 몸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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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9시. 비상벨이 울렸다. 강원도 인제 모 전차부대 소속 윤모 상병이 머리를 감다 수도꼭지에 머리 왼쪽 뒷부분을 부딪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홍천 국군철정병원에서 컴퓨터 단층(CT)촬영을 했지만 뇌출혈이 의심됐다. 수술 시설을 갖춘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밤 11시55분. 급히 헬기를 띄워 윤 상병을 호송했다.20일 0시55분. 홍천에 있는 육군 204항공대대로 돌아가기 위해 헬기를 띄웠다. 그게 그들이 마지막으로 밟은 이 땅의 온기였다.

그들이 애써 호송한 윤 상병은 새벽 3시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정밀진단을 받고 있다. 죽은 목숨을 살리고 그들은 사라진 이율배반이 됐다. 육군 1군사령부 측은 “아직 윤 상병의 상태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호송되지 않았다면 위험했다.”면서 “지금은 의사표현을 할 수 없지만 깨어나면 그들에게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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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용문산(해발 1157m) 1000m 지점의 사고현장은 참혹했다. 헬기 앞 부분은 개울가 비탈에 처박혀 종잇장처럼 짓이겨진 채 두 동강 나 있었다. 꼬리는 바로 옆 등산로에 걸쳐 있었다. 다행히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체에서 10m 반경에 파편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다. 프로펠러도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군용 가방에 간호장교 선효선(28·여) 대위의 이름이 매직으로 선명히 적혀 있었다.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0사단 성준호 소령은 “시체 7구 가운데 4구는 기체 안에 앉은 채 숨져 있었고,3구는 등산로에 튕겨나와 있었다.”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양평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8-02-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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