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희망지기] 여자 복싱 세계챔프 김주희

[2008 희망지기] 여자 복싱 세계챔프 김주희

류지영 기자
입력 2008-01-04 00:00
수정 2008-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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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당당히 맞선 최요삼 정신 잇겠다”

“언제나 믿음직했던 최요삼 선배님이 세상을 떠나 너무 혼란스러워요. 프로권투 폐지론까지 나와 안타깝기도 하고요. 하지만 권투는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믿음이 계속되는 한 내 권투 인생도 계속될 겁니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스프리스 체육관. 늘 그랬듯 160㎝·50㎏의 세계권투협회(WBA)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김주희(21)는 이날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밝고 예쁜 미소로 ‘얼짱 복서’로 알려진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절친한 선배이자 스파링 파트너였던 최요삼의 사망소식 때문에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다.

“최요삼이 보여주려던 것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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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서 김주희
복서 김주희
김주희는 최요삼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8월 WBA 타이틀 매치를 앞두고 스파링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최요삼이 선뜻 파트너로 나섰다.100여차례의 스파링을 통해 김주희는 물러서지 않고 몰아치는 최요삼의 인파이팅 스타일을 전수받았다.

“선배님은 저에게 ‘난 남자 복싱 최고가 될 테니, 넌 여자 복싱 최고가 되라.’며 격려해 주셨어요. 누구나 챔피언이 되면 자연스레 그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훈련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잖아요. 선배님은 늘 자신의 고통이 사람들에게 그 메시지를 줄 수 있길 바랐어요.”

삶의 고통을 주먹에 담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김주희의 20여년 삶은 한 편의 ‘영화’다. 외환위기 때 아버지가 사업 실패와 이혼 충격으로 쓰러지면서 소녀가장이 됐다. 아르바이트와 아버지 병 수발이 너무 힘들어 마음을 다잡으려 무턱대고 찾아간 곳이 거인체육관(현 스프리스 체육관)이다. 삶의 고통을 주먹에 담아 치기 시작한 샌드백에서 뜻밖에 ‘권투선수’라는 희망을 발견했고 결국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챔피언을 거쳐 지난해 8월 WBA 세계챔피언에까지 올랐다. 영화 ‘1번가의 기적’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다.

“체육관을 처음 찾았던 날부터 오늘까지 훈련을 거른 적이 없어요.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울었던 적도 많고요. 관장님은 ‘너같은 울보가 세계챔피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시죠. 하지만 울면서도 좌절하지는 않았어요.”

“희망이 있는 한 링에 오른다”

어린 마음에 세계챔피언이 되면 아버지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주희는 여전히 가난하다. 권투 자체가 비인기 종목인 데다 여자 권투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적다 보니 대전료가 보잘것없다.

최요삼의 대전료가 300만원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금액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여자권투의 대전료는 더 적다. 김주희는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후원사가 없는 선수들은 부업을 하며 권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투는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잖아요. 저 역시 그래서 링 위에 계속 오른답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8-01-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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