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대보름 맞이 ‘달 넘세 달 넘세’ 공연이 펼쳐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공연장.500여명이 넘는 관객들 사이로 한 남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2개의 무전기를 휴대한 채 연신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여기저기 살폈다. 처음에는 이날 출연하는 유명 국악인의 보디가드로 느껴졌다. 그러나 몸놀림은 특정인 보호보다 공연장 전체의 질서유지와 안전관리에 신경을 더욱 쏟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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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유일의 ‘하우스매니저’인 최찬호씨가 “대인관계와 서비스 정신이 최우선 자격 요건”이라고 조언하며 활짝 웃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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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유일의 ‘하우스매니저’인 최찬호씨가 “대인관계와 서비스 정신이 최우선 자격 요건”이라고 조언하며 활짝 웃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한쪽 귀퉁이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청소년들에게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또 다른 통로의 60대 후반 할머니에게는 좌석을 찾아 친절히 안내했다. 국립국악원의 유일한 ‘하우스매니저’ 최찬호(35)씨였다. 도박꾼들에게 하우스는 도박장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최씨는 종종 도박장이나 게임장 관리자로 오해 받는다.
하우스매니저는 모든 공연장의 총지휘자를 말한다. 관객의 안전에서부터 매표, 입장, 원활한 진행 등을 세밀히 준비하는 일을 맡는다. 무대 감독이 무대 위의 공연만을 책임진다면 하우스매니저는 공연 이외의 모든 상황을 지휘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과 관리도 그의 몫이다. 지난해 10월 공연장에서 50대 여성 관객이 갑자기 호흡 곤란으로 졸도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가 직접 인공 호흡을 시도하고 119 구급대에 연락해 목숨을 구해낸 적도 있다.
●국내 90여명 활동
최씨와 같은 전문 하우스매니저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1999년 예술의전당에서 하우스매니저라는 명칭으로 직원을 공개 채용하면서부터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90여명이 활동한다. 서울에는 예술의전당 6명, 국립극장 1명, 세종문화회관 1명,LG아트센터 1명 등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로 소극장과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술회관 등에서도 하우스매니저를 채용하고 있다.
하우스매니저의 공통점은 풍부한 문화적 소양에 있다. 최씨는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을 전공한 데다 줄곧 한·중·일 민간문화 교류활동을 해왔다. 일본어와 영어 등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공연에서도 외국인 관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외국어 구사 능력은 필수가 됐다.
●전문직 대우에 특이한 근무시간
최씨는 지난해 4월 공개 채용으로 국립국악원에 입사했다. 당연히 전문직으로 특별 대우를 받는다. 최씨의 신분은 현재 문화관광부 산하 국립국악원의 전문직 공무원이다. 연봉은 공무원 규정에 따라 3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사설 공연장에서 활동하는 하우스매니저의 경우 소속사 규모에 따라 연봉은 천차만별이나 3000만∼5000만원선이 보통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일반 직장인들과 근무시간이 다르다. 공연이 주말 오후에 집중되다 보니 하우스매니저의 근무시간도 오후 1시부터 밤 10시가 보통이다. 휴일도 월요일뿐이다.
●국내 수요 갈수록 늘어
현재 국내에는 400여개의 크고 작은 공연장이 있다. 아직 공연장에서 필수 인원으로 채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우스매니저의 수요는 날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1000석 이상 대규모 공연장은 2∼3명 이상의 하우스매니저가 필요하다.
공연장 이미지가 곧 작품의 흥행과도 연결될 수 있어 작품 홍보만큼이나 공연장 홍보나 서비스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2007 한국직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 관련직 전문가의 52.8%가 앞으로 5년간 관련 직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문화적 소양과 원만한 대인관계가 자격요건
하우스매니저가 되기 위한 전공이나 학력 제한은 없다. 현재 하우스매니저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도 없다.
대학의 공연 관련 학과, 경영학과, 서비스 관련 학과 등을 졸업하면 유리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하우스매니저들이 중심이 돼 ‘하우스매니저그룹’ 전문프로그램을 통해 기본 교육은 받을 수 있다.
채용도 특정한 시기가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이뤄진다. 자원봉사나 인터넷으로 활동하다 발탁되는 예도 있다. 공연기획사 등에서 홍보나 기획업무를 통해 경력을 쌓은 다음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질면에서는 공연을 좋아하고 성실성과 서비스 정신, 급박한 순간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결단력, 인내심을 고루 갖춰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풍부한 문화적 소양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2007-03-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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